국회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
"대토보상권 규제 강화에 대토 보상 대신 현금 선택할 가능성 커"
대토권 담보 대출길 막혀…기존 대출금·세금, 공동개발 비용 적어
   
▲ 판교대장지구 전경.(기사내용과 관련없음)/사진=성남의 뜰.

[미디어펜=손희연 기자]대토보상권 전매제한을 강화하는 방안이 나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3기 신도시 추진에 따라 내년부터 30조원 이상의 보상금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3기 신도시 본격화에 앞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토보상권 전매제한을 놓고 실효성이 미비, 부작용 우려가 나온다. 현금 대신 대토 보상을 선택하는 토지주들 대부분이 대토 보상 담보로 신탁사 등을 통해 대출을 받아 기존 토지의 대출금이나 세금으로 활용하는데 전매제한을 두게 된다면 토지주들이 대토 보상 대신 현금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18일 관련 업계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에 따르면 대토 보상권 전매제한 규정을 강화하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상정돼 심의를 앞두고 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정부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토 보상은 정부가 토지를 수용하는 원주민(토지주)에게 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현금 보상과 비교했을 시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이면서 주변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 있어 장려하는 토지 보상 방식이다.  

정부는 토지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우려에 따라 2007년 도입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현금 전환 보상권'은 따로 전매 제한 규정이 없다. 토지주는 대토 보상 계약 체결일부터 1년이 지나면 이를 현금으로 전환해 보상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우선 개정안은 '대토 보상권을 현금으로 전환해 보상받을 권리(현금 전환 보상권)'도 전매 제한 대상임을 명시했다. 현재 전매 제한 위반 행위에 대해 사업 시행자가 토지 대신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할 뿐, 처벌 규정도 따로 없다. 이에 전매제한 위반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개정안은 대토 보상권과 현금 전환 보상권의 전매 제한 위반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신설했다.

최근 일부 시행사들은 편법으로 대토 보상권을 사들여 논란이 일었다. 시행사들은 '현금 전환 보상권'을 신탁 계약하는 방식으로 토지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방식으로 토지를 확보한 시행사는 일반 토지 경쟁 입찰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당 지역 토지를 보유할 수 있다.

다만 업계 내에서는 대토보상권 전매제한 강화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한다. 정부가 토지 보상금이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미리 방지하고자 현금 대신 대토 보상을 장려하고 있는 가운데 대토 보상의 전매제한 강화로 인해 토지주들이 대토 보상 대신 현금을 선택할 가능성이 나온다. 

현재 현금 대신 대토 보상을 선택한 토지주들이 대토 보상을 담보로 신탁사 등을 통해 대출을 받아 기존 토지의 대출을 갚거나 세금을 내 거나 공동개발 비용 등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는 편법으로 대토 보상권을 전매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대토권 대출을 막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대토 보상보다 현금을 선택하는 토지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 현금으로 풀린 유동자금이 인근 시장으로 흘러가 부동산 집값 과열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현금 대신 토지 보상을 선택하는 토지주들은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 아직 30%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2008~2014년 보상을 실시한 전국 공공택지의 대토보상 비율은 1~3% 선에서 2015년 15%로 급등했다. 작년에는 토지 보상의 29%가 대토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토 보상권 활용을 규제하면 현금을 택할 토지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불법 전매 행위를 막기 위한 정부의 선제적 조치는 시장 교란 행위를 막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면서도 "대토 보상을 선택한 토지주들은 대토권 담보 대출을 통해 기존 보유하고 있던 토지의 대출을 갚고 양도세를 내야 하는데, 전매제한이 걸리게 되면 대출 길이 막혀 금전적인 부담으로 작용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토 보상을 장려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대토 보상권을 규제한다면 토지주들에게 돌아갈 이득이 적어져 현금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토지보상금이 시장으로 더 유입될 경우의 수가 많아질 것이다"고 전했다.

향후 수도권 땅값이 오르거나 정부의 현금 보상가격이 시세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어 토지주들의 현금 보상 선택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전문가는 "결국 토지를 강제 수용당하는 토지주들의 선택 폭만 좁아지는 것이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현재 액수도 정확하지도 않은 토지보상금으로 인해 시장의 과열만 부추긴다는 우려만 커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정부가 토지보상금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밝혀서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워야 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