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삼성전자에 한노총 산하 노조 설립
"거스를 수 없는 일" vs "현대차처럼 망가질 것"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노조가 정식으로 들어섰다. 지난 50년간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온 삼성전자에 노조가 출범하면서 “거스를 수 없는 일”이라는 환영하는 목소리와 “현대차처럼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16일 오전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기자회견과 함께 공식적 출범을 알렸다. 

이날 진윤석 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은 “삼성전자의 영광은 청춘과 인생을 바친 선배들과 밤낮없이 일하는 동료 여러분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하지만 회사는 모든 성공을 경영진의 혜안과 경영 능력에 의한 신화로만 포장해 그들만의 축제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진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삼성전자 오너의 그간 업적을 폄훼하는 것이어서 향후 노조의 행보도 이와 궤를 같이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노조는 향후 조합원 1만명 확보를 목표로 조직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삼성전자 노조원은 500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조합원 수가 일정 규모에 달하면 사측에 노사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 한국노총 금속노련 전국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지난 16일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노총 제공


또 직원들의 복지 향상을 시작으로 차츰 활동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복리후생이 탄탄한 삼성전자에서 복지 향상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현대자동차 노조 역시 억대 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처우 개선’을 외치고 있어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미 노조의 힘이 막강해져 사측에서 이를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삼성전자는 무노조 방침이지만, 노사 합의가 잘 이루어진 대표적인 기업”이라며 “거기에다 복지가 잘 완비된 회사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회사에까지 노조가 설립됐다고 하니 국민들로서 의아하고 충격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삼성의 비노조 방침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노조 탄압’이라는 명분으로 기어이 노조를 출범시킨 것은 삼성의 기업 문화와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직원들의 권익을 대변한다는 노조의 취지는 좋지만, 이미 정치적 색채를 분명히 하고 있는 한국노총의 산하 노조가 들어섰다는 것을 마냥 긍적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며 “자칫 삐끗하면 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친노동’을 표방하는 쪽에선 삼성전자의 노조 설립을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50년만에 노조가 설립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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