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17일 막을 내린 '2019 프리미어12'에서 일본이 우승하고 한국은 준우승했다. 결승에서 맞붙어 일본이 5-3으로 이겼다.

한국은 결승전 전날(16일) 열린 슈퍼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도 일본에 8-10으로 졌다. 일본과 한국의 희비가 갈린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투수력, 공격력, 수비력 등에서 한국이 일본에 밀린 것이 사실이다.

한 가지 극명한 차이를 보인 부분이 있다. 일본 스즈키 세이야와 한국 양의지의 타율이다.

스즈키는 올해 일본 센트럴리그 타격왕이다. 시즌 타율 3할3푼5리를 기록했다. 이번 프리미어12에서도 그는 4할4푼4리(27타수 12안타)의 최고 타율에 홈런도 3방이나 날렸고 13타점을 쓸어담았다. 타선의 핵심 역할을 하며 일본의 우승에 가장 큰 공헌을 했고, 대회 MVP로 선정됐다.

양의지는 올해 한국 KBO리그 타격왕이다. 시즌 타율 3할5푼4리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프리미어12에서는 1할도 안되는 타율(0.087, 23타수 2안타)에 허덕이며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 사진=프리미어12, KBO 공식 SNS


올해 각자 소속리그 타격왕에 오른 둘의 타격 성적 차이가 희비가 갈린 일본과 한국의 대회 성적과 곧바로 연결되는 상징성을 띤다고 볼 수 있다.

왜 이런 극과극의 차이가 있었을까.

타자들의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기 마련이다. 스즈키는 (준비를 잘한 결과겠지만) 좋은 타격감으로 프리미어12에 임했고, 양의지는 하필이면 좋지 않은 타격감 속에 대회를 치렀을 수 있다.

수비 포지션에 따른 부담감 차이도 분명 있다. 스즈키는 외야수로 수비 부담이 적어 타격에 전념할 수 있다. 

양의지는 포수다. 수비를 할 때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매일같이 바뀌는 팀에 낯선 타자들을 상대하는 투수와 배터리 호흡을 맞춰야 한다. 상대 타자들에 대한 정보 파악을 제대로 ㅎ 할 여유도 없는 상황에서 안방을 지키며 타격까지 잘 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내 리그에서 상대팀 타자들에 대한 데이터가 상당 부분 머릿속에 입력돼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다.

체력적인 요인도 있을 것이다. 포수로서 체력 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는 양의지다.

그렇다 해도 '기본'이라는 것이 있다. 타격왕에 오를 정도면 타격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틀이 잡혀 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1할대도 안되는 타율은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한국 타격왕인 양의지가 극심한 타격 부진을 보였으니, KBO리그 전체에 대한 저평가가 나올 수 있다. KBO리그 투수들의 수준이 일본보다 떨어져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는 지적은 우리에게 아픈 성찰로 돌아온다.

프리미어12로 한일전 승부가 끝난 것은 아니다. 더 큰 대회, 2020 도쿄올림픽이 기다리고 있다. 시즌 중 열리는 내년 올림픽에 한국대표팀 멤버가 어떻게 구성될 지는 두고봐야겠지만, 누가 대표로 뽑히더라도 자신의 위치에서 제 몫을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리그에서 잘 하는 선수들 가운데 고르고 골라 대표선수를 뽑는다. 

일본에 설욕을 하려면, 올림픽 메달을 따려면, 해줘야 할 선수들이 해줘야 한다. 타격왕을 예로 들었을 뿐이지, 비단 양의지 한 명에게만 해당하는 애기는 아니라는 것을 이번 대회에서 부진했던 대표선수들은 다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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