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간담회…"어려운 경영환경, 정리할 것 있을 것"
가족 간 경영권 분쟁 우려에 "협력 안할 수 없는 구조"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또 향후 항공운송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항공운송과 항공기 제작, 호텔을 포함한 여행 등 주력 사업을 제외하곤 정리할 것들이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또 당분간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신규 사업 진출은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운송사업과 그와 관련된 사업 외에는 관심이 없다”며 “있는 것도 지키기도 힘든 환경인만큼 추가로 사업을 벌일 생각은 없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된 것에 대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면서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며 “대한항공도 빨리 재무구조를 개선해 대응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제공


또 대한항공의 흑자전환 시점에 대해 “항공업이 경기보다 6개월 선행한다”며 “2021년 초 정도는 돼야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2대주주인 국내 행동주의펀드 KCGI의 경영권 위협에는 자신감을 보였다. 조 회장은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한번 겪어봤기 때문에 앞으로 좀 더 쉽게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조 전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 회장을 비롯한 3남매가 법정 상속 비율인 1.5대 1대 1로 나눠 상속한 것과 관련해서는 “가족 간 협력을 안 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독식하고자 하는 욕심도 없고 형제들끼리 잘 지내자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의 총수로서 지향하는 기업문화에 대해 “한진그룹이 전체적으로 보수적”이라며 “(기업문화가) 좀 더 젊어질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대한항공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제공


그는 “9월 1월부터 복장자율화를 실시했는데, 첫날 청바지를 입고 출근했더니 직원들이 다들 깜짝 놀라더라”며 “지금도 외부 약속이 없는 날은 정장 대신 캐주얼을 입고 나간다. 내년 여름엔 반바지도 입고 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또 “직원들과의 소통도 늘리려고 한다”며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직접 답변을 달기도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조 회장은 “그동안 너무 부끄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다. 금방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 외엔 딱히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 회장은 지난 4월 별세한 선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에게 수여되는 ‘2019년 밴 플리트상’ 수상을 위해 18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뉴욕을 방문했다. 

밴 플리트상은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고인이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상식은 20일 뉴욕 맨해튼 플라자호텔에서 열린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