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복궁 향원정의 온돌 구조 [사진=문화재청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경복궁 육각형 2층 정자인 보물 제1761호 향원정(香遠亭)은 도넛 형태로 가장자리만 온돌을 갖춘 정자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이하 본부)와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지난 9월 시작한 향원정 발굴조사로 독특한 온돌 구조를 찾아 20일 공개했다.

온돌시설이 설치된 정자는 매우 드문 편인데, 향원정은 불을 때는 아궁이가 있어 온돌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인공적으로 바람을 만들어 보내는 풍동 실험과 연기로 공기 흐름을 알아내는 연막 실험으로는 정확한 연도(煙道·연기가 다니는 통로)와 연기 배출구를 파악하지 못했었다.

본부와 연구소는 콘크리트로 덮인 온돌 바닥에서 구들장 밑으로 낸 고랑인 고래둑, 불기운을 빨아들이고 연기를 머물게 하려고 온돌 윗목에 깊이 판 고랑인 개자리를 확인했다.

연도는 향원정 기단 아래를 통과해 정자가 있는 섬 동북쪽 호안석축(護岸石築·호숫가에 돌로 쌓은 시설) 방향으로 연장됐다.

방은 건물 기단 안쪽으로 기와를 깨서 넓게 펴고, 그 위에 석회가 섞인 점토를 다지는 방식을 교차해 기초를 조성했으며, 기초 바깥으로 방고래와 개자리를 둘렀다.

향원정의 이 같은 온돌 구조는 일반적인 온돌과 비교하면 특이한 것으로, 보통은 방바닥 전체에 고래 여러 줄을 놓아 전체를 데우지만, 향원정은 육각형 가장자리로만 연기가 다니게 했다.

본부 관계자는 "향원정은 건축 기록이 없어 가장자리만 온돌을 놓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면서도 "고종 대에 향원정 연못에서 스케이트대회가 열렸다고 하는데, 창문을 열고 경치를 감상하는 사람을 위해, 온돌을 도넛형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아울러 조사단은 이번 조사를 통해 정자가 기울어진 원인도 찾았는데, 정자 6개 기둥 중 동남 방향 주춧돌을 받치는 넓적한 돌인 초반석에서 균열을 발견했다.

경복궁 건청궁 앞쪽 연못 한가운데에 있는 향원정은 경회루와 대비되는 아름다움을 지닌 건축물로, '향기가 멀리 퍼지는 정자'를 뜻하며, 고종 대인 1870년 전후에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청은 지반 지지력이 약해져 건물이 기울고 목재 접합부가 헐거워진 향원정의 해체·보수를 지난 2017년 결정했다.

본부는 이들 결과를 반영해 구들과 연도를 복원하고, 일부 부재를 교체할 방침이며, 또 옛 사진을 근거로 지붕마루 중심에 세우는 절병통과 외부 난간을 복원하고, 기단과 석축을 다시 조성할 계획으로, 향원정 재개방 예정 시점은 내년 7월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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