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야구가 2019 프리미어12를 통해 아픈 교훈을 얻었다. 쉽게 오르는 정상은 없으며, 일본야구는 역시 강하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한국은 지난 17일 막을 내린 프리미어12에서 결승까지 올랐지만 일본에 3-5로 져 준우승을 했다.

이번 프리미어12는 제2회 대회였다. 4년 전인 2015년 초대 대회 우승팀이 한국이었다. 말하자면 '디펜딩 챔피언'인 한국이 대회 2연패를 노렸으나 실패한 셈이 됐다.

한국은 결승전뿐 아니라 바로 그 전날(16일)에도 슈퍼라운드 마지막 경기로 일본과 맞붙어 8-10으로 졌다. 

일본에 이틀 연속 패하며 우승을 놓친 결과를 두고 많은 야구팬들이 질타를 했고, 대표팀은 귀국길에서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어쨌든 준우승까지 하고, 내년 도쿄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내는데도 성공했지만 대회 기간 제 몫을 못한 박병호 등 주축선수들은 심하게 자책하는 모습이었다.

   
▲ 사진=프리미어12 공식 SNS


이번 대회 결과를 두고 아쉬워하고만 있을 때는 아니다. 더 큰 대회, 더욱 중요한 대회가 기다리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이 10개월도 남지 않았다.

도쿄올림픽은 한국 입장에서 이번 2019 프리미어12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은 대회다.

우선 한국이 '디펜딩 챔피언'이다. 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후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됐다가 도쿄올림픽에서 종목 부활했다. 일본이 자신있어 하고 국내 인기가 높은 야구를 자국 개최 올림픽에 다시 끼워넣은 것이다.

12년만에 부활된 올림픽 야구.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팀이 바로 한국이었다. 한국은 올림픽 우승국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다시 도쿄로 간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전승 우승으로 올림픽 첫 금메달 신화를 일궈냈을 당시 감독이 현 김경문 대표팀 감독이라는 점도 똑 같다.

하지만 프리미어12를 통해 한국야구는 일본에 뒤처져 있음을 확인했다. 어차피 메이저리그 시즌 중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다른 국가들이 메이저리거를 대표로 출전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최대 적은 역시 일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즉, 일본을 넘어야 우승을 바라볼 수 있다.

자국 개최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이 상당히 대표팀 전력에 공을 들여왔고, 선수들의 준비태세나 정신무장도 잘 되어있음을 프리미어12에서 확인했다. 당장 내년에 구성될 올림픽 대표팀 멤버가 이번 프리미어12 대표팀과 크게 다르지도 않을 것이다.

한국은 이제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 객관적 전력에서 조금 뒤지더라도 일본과 싸울 때는 가진 실력 이상을 발휘해 이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내려놓아야 한다.

도쿄올림픽에서는 한국이 '도전하는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

한국 야구팬들은 에이스 역할을 한 양현종이 일본전에서 난타를 당하고, 믿었던 중심타선이 침묵한 데 대해 많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렇지만 이정후, 김하성, 이영하, 강백호 등 젊은 선수들이 한국 야구의 새로운 주역들로 등장하는 긍정적인 신호도 봤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일본 투수들보다 더 빼어난 성적을 내고, 과거 주요 국제대회에서 일본을 혼내줬다고 해서 한국 야구 수준이 일본을 능가하는(또는 대등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던 프리미어12다. '지피지기'가 됐으니, 남은 기간 착실히 준비를 하고 정신 자세를 가다듬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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