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성.남상훈 부사장, 신성장동력 로봇·특수선에 '사활'
권오갑 회장 주축 조영철 부사장 등 인수합병 핵심키
   
▲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 /사진=현대중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와 '안정'은 권오갑 회장이 이끌고 권 회장의 '키맨'이 뒤를 받치게 된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안정된 수주, 대우조선해양 인수 마무리를 위해 검증된 인사를 경영 최전선에 배치하며 이들을 통해 내년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생존 전략을 찾겠다는 의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내년 불투명한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신성장동력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먼저 현대중공업그룹은 협동 로봇과 서비스 로봇 상용화를 통해 세계 5위 로봇 종합기업 진입을 목표로 잡고 있다. 

협동로봇은 제조용 로봇 크기와 무게를 줄여 사람과 밀착해 작업할 수 있도록 한 ‘스마트 로봇’이다. 업무효율 극대화와 인건비 절감을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급성장하는 추세다. 오는 2025년 세계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해 대비 6.7배 성장한 92억1000만달러(약 10조4900억원)로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엔진기계부문 출신인 서유성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챙긴다. 오너 2세 정기선 부사장은 지주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에 로봇사업부문(현대로보틱스)을 둘 정도로 해당 사업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는 만큼 서 부사장의 역할은 갈수록 커질 것이란 평가다. 

올해 3분기까지 현대중공업지주의 로봇부문 매출은 1860억원으로 글로벌 기업 매출 순위 6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3%로 두자릿수 이상 점유율을 차지한 5위 이내 기업들과 격차가 크다. 그나마 대부분 내수 판매여서 해외시장 진출을 통한 점유율 확보가 서 부사장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내년 초에는 그룹이 처음 만든 협동로봇(YL012)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본부의 본부장에 오른 남상훈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특수선 분야에서도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수선은 정부와 계약이라는 특성상 상선 대비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선가 자체가 비싸고 건조기간이 길다. 조선소의 고정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물론 일감 부족 해소 효과를 가져다줘 부진한 상선 수주의 아쉬움을 채울 수 있다. 올해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세계 최대 크기의 2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선이 척당 1833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최근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차세대 이지스함 '광개토-III Batch-II'(6766억원)의 선가는 압도적으로 높다.  

현대중공업은 3~4년 내 특수선사업본부에서 연 1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조선사업본부 내에서 특수선사업부문 연간 매출이 30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약 3배 이상 덩치를 키우겠다는 의지여서 특수선 시장 개척을 통해 남 부사장이 침체된 발주시장의 타개책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올해 1~10월 누적 수주액은 89억4000만달러로 목표치(159억달러)의 56.2%에 그쳤다.

그룹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대우조선과의 인수합병(M&A)은 조영철 현대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 등이 보좌한다. 조 부사장은 권 회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인물로 대우조선 M&A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에 권 회장과 함께 합류해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최종 인수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와 노조의 반발 등 만만치 않은 고비를 넘겨야 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우리나라 공정위와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등 5개 심사 대상국을 확정했고 가장 먼저 카자흐스탄에서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했다. 지난 13일에는 EU에 본심사를 신청했지만 과점을 경계하는 경향이 짙은 EU가 1단계 일반심사에 이어 2단계 심층심사로 넘길 가능성이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다음 본심사 신청 국가로는 일본이 꼽히고 있지만 일본 조선업계가 고부가가치 선박을 수주하지 못하며 한국 조선소에 대한 견제가 높아지고 있어 심사에서 서류 추가 제출을 요구하는 등 '시간끌기'를 할 것이란 문제도 제기된다. 조 부사장이 한국조선해양을 필두로 조선사업의 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