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가치 유지‧수익 안정적…증권사들도 적극 참여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에서 ‘항공기금융’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기록적인 저금리 기조가 고착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로 꾸준히 인기를 누리는 모습이다. KEB하나은행을 필두로 메리츠종금증권과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사들끼리 항공기금융에 가세한 모습이다.

20일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금융사들 사이에서 항공기금융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항공기금융이란 항공기 구입과 운영 등과 관련한 자금을 대출해 주는 파이낸싱을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국내 금융사들이 특히 안정적인 수익창출의 수단으로 항공기금융을 활용하는 모습이다. 

   
▲ 우리금융은 지난 11일 베트남우리은행 등과의 협업을 통해 시중은행 최초로 베트남 민영항공사의 항공기금융 단독 주선을 완료했다. 비엣젯 호치민 본사에서 진행된 약정 서명식 모습 /사진=우리금융


항공기금융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KEB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금까지 약 3년간 무려 25건의 주선 건수와 11억 달러(1조 2855억) 주선금액을 기록하는 등 국내 금융사 중에서는 항공기금융에 대한 노하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6년 항공기 임대시장 세계 1위 업체 에어캡(AERCAP)에 1억달러(약 1168억원) 규모의 금융을 주선하며 해외 항공기금융 시장에 뛰어든 하나은행은 작년엔 '일본형 오퍼레이션 리스(JOL)' 방식으로 총 5500만달러(약 642억원) 규모의 항공기금융을 주선했다. JOL은 항공기나 선박 등 거액의 유형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운용리스 계약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우리금융그룹이 베트남에서 항공기금융 거래를 성사시켰다. 우리금융은 지난 11일 베트남우리은행 등과의 협업을 통해 시중은행 최초로 베트남 민영항공사의 항공기금융 단독 주선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에서 우리금융은 베트남 민영항공사 비엣젯(Vietjet)의 에어버스 321 10대 구입자금 1억 4000만달러 금융주선에 성공했다. 한화로는 약 1636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지난 15일에도 비엣젯 호치민 본사에서 항공기금융 약정 서명식도 가졌다.

우리은행은 지금까지 12건의 항공기금융 주선건수와 3억 8800만달러(약 4533억원)의 주선금액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2월에는 IBK기업은행과 협업해 시추안 항공(Sichuan Airlines) 항공기금융을 주선했다. 주선금액 4000만 달러(약 467억원)에 시중은행 최초로 중국 항공기금융 시장에 진출하며 눈길을 끌었다.

KB국민은행 역시 현재까지 12건의 항공기금융 주선건수와 3억 5000만달러(약 4091억원)의 주선금액을 기록 중이다. 올해 초에는 해외 항공기금융 펀드에 2000만달러(약 234억원)를 투자했다. 신한은행도 에어캐나다에 5200만달러(약 608억원) 규모의 운용리스 금융주선을 했고, 작년엔 에미레이트항공 A380 클럽딜 주선과 터키항공 운용리스 선순위대출 공동주선을 성사키셨다.

최근 들어서는 증권사들도 항공기금융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6월 아랍에미레이트항공이 장기 임차하는 A380 항공기 4기에 대한 금융조달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항공기당 6260만달러 규모로, 4기에 총 2억 5040만달러(약 2926억원)를 총액 인수한 거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하반기 미국 항공기 리스업체인 ACG(Aviation Capital Group)가 보유한 항공기 24대를 매입해 총 6억 8590만달러(약 8015억원)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박현주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은 지난 5월 2015년부터 보유 중이던 두바이 국영항공사 에미레이트항공의 B777-300ER 항공기 2대를 일본계 리스사에 매각 완료했다. 

항공기금융이 지속적으로 각광을 받는 것은 국내 증시 불확실성과 저금리 기조로 인해 안정적인 수익원 발굴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항공기의 경우 가격 변화가 대체로 안정적이고 담보물의 가치도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유지되기 때문에 대체투자 대상으로는 적격이라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은행과 증권사들 모두 전통적인 예대마진이나 수수료 수익에서 벗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계속 높게 유지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현재와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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