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가 ‘23일 0시’를 시한으로 3년만에 폐기될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청와대는 22일 오후 지소미아에 대한 최종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청와대는 전날 오전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지만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최종 방침을 정하지 않은 채 마지막까지 정부가 외교적 노력과 앞으로 벌어질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는 논의를 했다. 

22~23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G20 외교장관회의에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참석할지 여부가 막판 변수로 꼽히는 가운데 외교부는 이날 오전까지도 강 장관의 나고야 행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한일 당국이 지소미아 종료가 임박한 중에도 국장급 협의체를 포함해 물밑접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정부는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한다면 지소미아 종료 결정도 재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수출제한 조치와 지소미아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다만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내려진 배경에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있는 만큼 한일 간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놓고 일부 접점이 마련된다면 막판에 타협할 여지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강 장관이 나고야 행 티켓을 끊을 경우 한일 외교당국간 물밑접촉에서 타협점이 모색돼 상황을 개선시킬 여지가 생겼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다만 외교부는 강 장관이든 이태호 2차관이든 G20 외교장관회의 참석 여부를 비공개했다가 사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4일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서 기념촬영 전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강 장관은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지소미아를 포함한 한미관계 및 한일 간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도 보도자료를 내고 양국 장관의 통화사실을 알리면서 “(두 장관이) 긴밀한 조율 유지를 약속하고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막판까지도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고야 G20 외교장관회의에도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과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참석해 한일 양국 모두를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그동안 국무부와 국방부 고위관료들을 잇따라 한국에 보내며 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철회하라고 강력 압박해왔다. 미국이 이번처럼 동맹국에게 노골적인 요구 의사를 보인 적이 없는 만큼 한국정부가 최종 지소미아를 종료시킬 경우 큰 실망감을 표출할 것이 분명해보인다.

특히 한국에 와서 지소미아 유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1일(현지시간) 베트남을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한일 간 마찰과 긴장은 분명히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라며 “나는 역사적 이슈들을 이해하고 있으며 이(갈등)를 유발한 최근 항목들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평양과 베이징과 관련된 보다 큰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의 이런 우려는 지소미아가 실제로 종료될 경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 요구와 자동차·철강 등 관세 문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일본과 인도, 호주를 잇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의 참여를 노골적으로 압박하면서 한미 갈등으로 불거질 요소도 남아 있다.

최근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압박하며 “지소미아 종료는 중국과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결국 ‘대중국 포위망’ 구축을 노리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이 있다. 여기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 또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렇게 정부가 한일 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빼든 지소미아 종료 문제는 한미 간 문제로 확대되면서 한미동맹에 상당한 균열을 만들고, 한일관계에도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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