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설립으로 제2도약

한국전력이 지난달 29일부터 17일까지 진행한 삼성동 한전부지 입찰에서 현대차그룹이 10조 55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입찰금액으로 낙찰을 받았다.

한전을 포함한 관련 업계에서는 감정가 3조3000억원을 감안한 예상 낙찰 가격을 4조원에서 많게는 7조원으로 예상했으나 그금액을 한참 웃도는 파격적인 금액이다. 이는 그 만큼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에 대한 매입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 정몽구 회장이 7일(현지시간) 인도 공장을 방문해 신형 i20 차량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 한전부지 입찰금액 10조5500억원...“문제 없다”
현대차그룹이 삼성동 한전부지 입찰가격으로 10조5500억원이라는 통큰 배팅을 했다. 한전부지의 감정가와 비교했을 때 3배 이상의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그만큼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절실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가 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현재 현대차 계열사 30여개가 모두 타 건물에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업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지불하는 임대료만도 년간 2400억원에 이른다. 현 은행권 금리와 함께 외부로 지불되는 금액은 자산가치 증가분으로 따졌을 때 8조원이상의 가치는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현대차그룹이 그토록 삼성동 한전부지를 원했던 이유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GBC)이다. 현대차그룹은 재계 2위,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 및 글로벌 ‘톱5’ 완성차 위상에 걸맞지 않게 그룹과 계열사간의 의사결정을 위한 통합 컨트롤타워가 부재인 상황.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제2의 도약을 위한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절실한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국내영업본부는 서울 대치동과 압구정동에 분산 배치돼 있다. 또한 현대제철 국내영업본부도 양재동, 사옥이 광화문에 있다.

이밖에 현대모비스와 이노션 등 일부 계열사는 역삼동 오피스 빌딩을 임대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자동차 기업의 특성상 유기적인 의사소통 통로가 필요한 반면 현대차그룹은 대화의 통로가 사실상 단절되어 있는게 현실이다.

현대차그룹은 한전 부지에 글로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통합사옥과 자동차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한류체험공간 등을 건설할 계획이라라며 업무와 문화, 컨벤션 등이 조화를 이룬 서울시의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 현대차 한전부지 낙찰 원동력, 정몽구 회장의 ‘뚝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건강 문제로 자리를 비우고 있다. 이 회장의 부재가 결국 삼성그룹의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삼성동 한전부지 입찰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이는 정몽구 회장 뚝심의 결과다.

삼성은 과거 위기를 맞을 때마다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 뜻은 이건희 회장의 뜻이기도 하다. 최근 삼성전자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내부적으로 혁신과 신사업 발굴이 필요한 시기이다. 성장동력을 찾아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절호의 기회로 삼성동 한전부지 매입 실패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이에 반해 정몽구 회장은 다르다. 정 회장은 지난해 현대제철 제 3고로를 가동시켰다. 7년 동안 총 9조9000억원의 대규모 투자했다. 어려움도 많았다. 전 세계적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뚝심은 차질 없이 추진해 약 2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발전까지 기여하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정 회장의 삼성동 한전부지 매입은 쉽지 않았다. 삼성그룹이 복병으로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이번에도 실패하지 않았다. 1998년 기아차 인수에서도 삼성을 제치고 기아차를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17년이 지난 한전부지 매입을 두고 펼쳐진 삼성과의 맞대결에서도 승자가 됐다.

   
▲ ‘강남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한전부지 입찰에서 현대차그룹이 10조5500억원 입찰가로 최종 낙찰받았다. / 뉴시스

정몽구 회장은 8개국에 해외공장을 설립한 이래 현장경영을 통해 사업을 완성시켜 왔다. 몸소 대형 M&A와 프로젝트를 직접 챙기면서 시장의 우려를 불식 시켜왔다. 전문경영인에게만 사업을 맡겨 놓지 않고 직접 현장을 찾아 챙기도 했다.

올해 76세인 정 회장은 올해 만 해도 해외 사업장 시찰을 위해 이동한 거리가 지구 한 바퀴 반(약 6만㎞)를 넘어섰다. 정 회장은 해외 사업장 방문 시 짧은 시간에 여러 일정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펼쳐왔다.

정 회장은 짧은 출장 일정을 통해 내부적으로는 임직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고 외부적으로는 오너가 직접 뛰는 모습을 통해 브랜드 신뢰도를 높여왔다.

정 회장의 현장경영 키워드는 ‘품질 강화’다. 그는 해외 출장 시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함과 동시에 품질에 각별히 신경을 쓰라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그동안 펼쳐온 사업들마다 “무리한 확장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왔고 뚝심 있고 묵묵히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어온 정 회장의 뚝심경영의 결과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진두지휘한 이전의 대형 M&A와 프로젝트가 ‘승자의 저주’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안착으로 우려를 불식해 왔다”며 “한전부지 인수도 다소 높은 가격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정 회장의 과감한 뚝심경영의 결과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 회장은 지난 2006년부터 용산 뚝섬에 110층짜리 신사옥 건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글로벌비즈니스센터의 꿈은 다음으로 미뤄야했다. 하지만 이번에 한전부지 낙찰자로 선정됐다. 8년만이다.

현대차그룹 이번 한전부지 입찰에 대해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통해 자동차산업 및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자동차 산업 관련 외국인과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 경제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국가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