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KBS2 '동백꽃 필 무렵'에서 실제 사고 영상을 드라마에 그대로 삽입한 데 대해 사고 피해자가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 23일 KBS 시청자권익센터에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저의 사고 영상이 허락 없이 방영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시청자권익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이 '동백꽃 필 무렵'에 사용된 사고 영상 속 피해자라고 밝힌 글쓴이는 "지금 대학 생활을 하고 있고, 그때의 기억은 제게 아직도 큰 상처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2015년 7월 마산역 사거리에서 한 여고생이 승용차에 깔렸다가 시민들의 도움으로 구조된 바 있다. 이 사고로 피해자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하반신 골절 및 장기 손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쳤다. 지난 21일 방송된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아픈 주인공의 어머니에게도 기적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로 해당 사고 장면을 삽입했다.


   
▲ 사진=KBS2 '동백꽃 필 무렵' 포스터


글쓴이는 "친구를 통해 마지막회에 제 사고 영상이 사용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는 영상을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때의 기억에 갇혀있는 기분이 든다"면서 "제 영상이 좋은 의미를 전달하고자 쓰인 뜻은 알겠으나 이건 피해자를 생각하지 않은 배려 없는 방송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제가 모른 채로 넘어갔다고 해도 제 지인, 사고를 알고 있는 사람들 모두 제 영상이라는 것을 한 번에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제 영상이 어딘가에서 사용되는 것도, 누군가 보고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끔찍하다. 어떻게 공중파 방송에서 피해자를 생각하지 않는 방송을 할 수 있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 온몸에 남아있는 상처와 흉터들, 지금까지는 물론 앞으로도 누군가의 눈빛에 의해 받아야 할 고통, 그리고 아직도 그 사고로 인해 제가 해야 할 수술에 대해 안다면 절대 이런 식의 방송은 하지 못할 것"이라며 "아무리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그때의 기억은 악몽이다. 사고 장소를 지날 때, 비슷한 사고 영상을 보게 됐을 때, 사고 날짜를 볼 때 그 모든 순간이 피해자에게는 고통"이라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글쓴이는 '동백꽃 필 무렵' 측의 사과와 해당 장면 삭제, 사과 자막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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