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역사의 죄인 되고 싶지 않으면 말을 거둬라"

나경원 "꼼수를 부리려다 허 찔린 정권의 적반하장"

이해찬 "이런 것도 분간 못하는 게 참으로 부끄러워"
[미디어펜=조성완 기자]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북미정상회담’ 발언을 두고 청와대와 자유한국당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까지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27일 ‘YTN’은 나 원내대표가 내년 4월 한국의 총선 전에는 북미정상회담을 열지 말아 줄 것을 미국 측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미국 측에 우려를 전달했다는 게 나 원내대표의 해명이다.

청와대는 즉각 반응했다. 고민정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안위와 관련된 일조차도 정쟁의 도구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당해 하는 모습에 실망감을 넘어 분노와 함께 대한민국의 국민이 맞는지 묻고 싶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사진=자유한국당 제공

고 대변인은 이어 “나 원내대표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선거만 있고, 국민과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라면서 “역사의 죄인이 되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자신의 말을 거둬들이기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나 원내대표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를 해오고 있다”면서 “심지어 (청와대가) 제1야당 원내대표를 향해 대한민국 국민이 맞느냐고 묻고 있다. 나는 누구 말마따나 남측 국민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의 대한민국 국민이다”라고 받아쳤다.

이어 “북핵폐기, 진정한 한반도 평화와 거리가 먼 보여주기식 회담을 하지 말라는 주장은 제1야당 대표로서 미국 눈치 보지 말고 당연히 해야 할 주장”이라며 “이 정권은 그저 북한 이슈를 선거용으로 써먹을 생각밖에 없으니 그런 문재인 정권에 속아 넘어가서 엉뚱한 시점에 정상회담을 열지 말라며 미국 당국자에게 진실을 말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이번에도 총선 직전 신북풍 여론몰이를 하려고 미국 당국을 꿰어볼 심산이었을 것이다. 꼼수를 부리려다가 허를 찔린 이 정권의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청와대와 한국당이 충돌하자 이번에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가적 망신”이라며 청와대를 위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해찬 대표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진행된 국회혁신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의석 몇 개를 위해 국민의 열망인 한반도 평화를 막아선 일을 성과랍시고 얘기하는 건 그들이 바로 '반평화세력'이며 선거승리를 위해선 국가 안위도 팔아먹는 매국세력이 아닌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어제 기사를 보고 내 눈과 귀를 의심했다"며 "아무리 당리당략을 위해 못할 일이 없는 한국당과 나 원내대표라지만, 어떻게 국가안보와 국민의 안전, 그리고 남북한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바라고 있는 한반도 평화까지 저버릴 수 있는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 원내대표는 즉각 국민 앞에 사과하고 한국당은 나 원내대표에게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다. 이런 것도 분간 못하는 분이 제1야당의 원내대표라는 것이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