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조합원 "설계도서 미 제출안으로 불법 홍보 뒤 선정은 무효"
포스코 "동일한 공사비 안에서 선택가능토록 제안서 내 명기했다"
조합원 과반수 이상 선택 무시하는 조합집행부 행태…사업지연 우려
   
▲ 광주 북구 풍향동에 위치한 풍향지구재개발구역 전경./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유진의 기자]8000억원대 규모 광주 풍향지구 재개발사업이 무사히 시공사를 선정하며 칠부능선을 넘은 가운데 조합이 갑작스럽게 제동을 걸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조합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무효를 주장하고, 시공사로 선정된 포스코건설은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사업 지연에 따른 조합원들의 피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 풍향지구 재개발사업은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이 치열한 수주전을 펼친 결과, 지난 9일 조합원 총회에서 포스코건설이 501표, 롯데건설이 428표를 획득하며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하지만 시공사 선정 이후 절차는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다. 조합이 포스코건설에 시공사 선정 공문을 발송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배척하는 등 사업 진행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조합 측은 "시공사로 선정된 포스코건설이 설계 도서 등을 포함하지 않는 대안설계안으로 조합원에게 불법 홍보하고, 시공사 선정 이후 해당 설계 도서로 본 계약을 체결하려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조합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포스코건설은 "조합원의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평형 관련 세 가지 혁신설계안을 만들어 '동일한 공사비' 안에서 선택가능하도록 제안서 안에 명기했다"며 "조합원이 선호하는 평형으로 추진하는 것인 만큼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포스코건설은 재확인차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해당 대안설계안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홍보물이 홍보지침을 위반하고, 고시를 위반한 것인지 법률검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건설은 "홍보물은 기제출한 입찰서류인 사업제안서의 기재 내용을 ‘그대로 발췌’한 것으로 판단되고, 명시적인 준용조항도 없이 규정 목적이 상이한 본건 고시 제29조 제3항의 요건을 본건 홍보지침에 적용할 수 없는 것으로, 입찰지침서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포스코건설이) 대안설계 1안과 관련해 제출한 구체적인 시공내역에 관한 자료의 내용 및 1안과 2, 3안 사이에 용적률, 연면적, 그리고 공사비의 변경이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본건 대안설계 3안이 본건 고시 제29조 제3항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검토의견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 포스코건설이 지난 13일과 20일 두 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조합은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포스코건설이 풍향 재개발 조합에 보낸 공문./사진=미디어펜

◆포스코건설 "조합장 관리·감독 책임 회피…경쟁사 입찰제안서는 공개 안해"

포스코건설은 조합장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조합장은 조합원의 뜻대로 시공사를 선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직책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성실히 이행하지 못했고, 또 경쟁사에서 제출한 법적근거를 단순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사실을 은폐했다는 것이다. 

포스코건설 한 관계자는 "조합장이 조합원의 뜻대로 시공사를 선정함에 있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시공사의 거짓 홍보 등에 대한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다"면서 "하지만 조합장은 경쟁사가 제안한 49층 층수 상향 건 관련, 경쟁사측 입찰제안서에 나온 수치와 경쟁사가 법적근거라고 제출한 수치의 차이가 있어 조합원의 피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영업기밀이라는 사유로 사실을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지침서 12조 ‘바’항에 따르면, 조합설계에서 경미한 변경 범위를 벗어나는 용적률 상향을 제안할 경우, 명확한 법적근거와 유사사례를 제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근거해 포스코건설은 "조합장은 입찰과정 중에는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경쟁사가 제출한 법적근거를 당사에 공개하지 않았고, 전문가들의 검증 또한 진행하지 않았다"며 "경쟁사가 제출했다는 49층 층수 상향 건 관련 법적근거를 입수해 검토한 결과, 제안서에는 개발가능 용적률 계산시 필요한 대지면적이 84,680.86㎡로 기입돼 있고, 법적근거라고 제출한 자료에는 76,499.95㎡로 표기돼 있어 8,180.91㎡의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사가 제출한 법적 근거와 제안한 내용이 상충해 세대수 감소가 예상되는 등 조합원 다수의 재산권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됨에도 조합장은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포스코건설은 "조합장이 입찰지침과 홍보지침 위반에 따른 민원이 발생돼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간담회 참석 요청을 했지만, 간담회 이틀 전 아무런 설명없이 당사 참석 인원을 2명으로 제한한다는 내용만 통보해 실질적인 설명회가 이뤄지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사업지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조합장의 편향된 행보는 조합원 과반수 이상의 선택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라며 "현재도 총회 절차를 다시 거쳐 기선정된 시공사를 취소해도 문제없다는 말로 조합원들을 현혹하고 있지만, 사업지연 등으로 인해 발생되는 손실과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7월 시공사 선정을 마치며 순탄한 듯 보였던 서울 반포1단지 3주구 재건축사업은 각종 이해관계로 인해 발생된 기선정된 시공사의 시공권 자격 박탈 총회, 조합 내분, 조합장 임기 종료, 법원의 시공사 선정 취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 등으로 사실상 사업이 올스톱된 상태다.

한편, 광주시는 지난 25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풍향지구를 포함한 광주시 7곳의 재개발·재건축 조합 운영 실태를 점검할 예정이다. 최근 투명하지 않은 조합 운영으로 조합원의 권익이 훼손되고 분담금 부담이 증가되는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