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인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감정가의 3배를 웃도는 10조 5500억 원이라는 금액에 낙찰 받으며, 너무 높은 가격에 인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을 반박이라도 하듯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가 현대차의 이번 인수가 재무적 부담이 크지 않고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잇달아 내놓았다.

   
▲ 현대차그룹, 신용등급 “이상 無”...S&P·무디스 ‘한 목소리’/뉴시스 자료사진

이에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와의 협상도 인수 성공 직후부터 시작돼 본 계약 체결 전부터 현대차그룹의 한전 부지 개발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S&P는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대규모 현금을 보유한 데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핵심 계열사들의 영업현금 흐름도 나쁘지 않아 재무적 위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대차그룹 3개사는 부지 매입 이후에도 모두 무차입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할 것이고 추가 투자가 이어질 수 있으나 개발에 8년이라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재무 위험은 크지 않다는 것이 S&P의 진단이다.

무디스 역시 한전 부지 인수가 현대차그룹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현대차그룹이 6월 말 기준 36조2000억 원의 유동성을 보유하는 등 충분한 현금을 갖고 있고 재무구조 역시 튼튼해 한전 부지 인수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평가했다.

한전 부지 인수 이후 이틀 연속 하락했던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22일 오전 반등세로 돌아섰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 주식은 오전 9시 40분 19만700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1.03% 올랐고,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역시 각각 0.36%와 0.20% 상승세로 돌아섰다.

현대차그룹은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 측과 이미 지난주부터 실무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돼 26일로 예정된 본 계약 체결 전부터 부지 개발 작업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과 서울시 간 협상은 지난주 인수 성공 직후 서로 연락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잠실 제2롯데월드의 경우 인허가가 나지 않아 부지 매입 후 착공까지 20년이 넘게 걸린 점을 감안할 때 서울시와의 협상이 단축될 경우 관련 금융비용 등 천문학적 투자비를 아낄 수 있어 현대차그룹은 조기 협상 시작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미디어펜=김태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