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에 송환 예정, 어린이도 1명 포함
"외교부 사람들, 최선 다했지만 할 게 없다 발뺌..."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한국으로 오려던 탈북민 14명이 우리 정부의 "기다리라"는 말을 믿고 기다렸다가 결국 중국 공안에 넘겨질 위기에 처했다.

한국으로 오려던 탈북민 14명은 지난 23일 베트남을 거쳐 라오스로 향하던 중 베트남 하띤 지역에서 검문에 걸려 체포됐다. 중국으로는 28일에 추방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곧 중국 공안에 송환될 예정이다.

이들을 돕던 가족과 탈북민 인권단체들은 체포 직후 우리 정부에 구조 요청을 했지만 현지 대사관과 우리 외교부는 "조용히 기다리라"는 대답만 되풀이하다 결국 추방을 막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연합뉴스


이들의 탈북에 관여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계속 '걱정하지 마라' '믿고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결국 추방됐다"며 "지난 28일 추방 직후 외교부에 다시 전화하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했다"고 말했다.

탈북민의 한국행을 돕던 인권단체 관계자는 지난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후문 앞에서 "차라리 정부가 믿고 기다리라는 말이나 하지 않았으면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 구조했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23일 체포 직후 외교부와 현지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더니 '베트남과 우리 정부의 관계가 좋기 때문에 최소한 공관에는 데려올 수 있으니 걱정말고 기다리라' '언론에 알리지말고 조용히 기다리면 해결하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탈북민들이 추방되고 나니 외교부 사람들이 '우리도 최선을 다했는데 할 게 없다'는 식으로 발뺌했다"고 분노했다.

탈북민 14명은 23일 체포돼 조사를 받다가 28일 자신들이 넘어왔던 중국 광시장족자치구 핑샹 인근 국경 지역으로 추방됐다. 이들 중에는 10대 어린이도 1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 공안 송환 시도 과정에서 탈북민 3명이 놀라 쓰러지면서 베트남 공안이 송환을 잠시 중단하고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상태가 호전되면 당장 중국 공안에 송환될 예정이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시점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베트남 정부의 충분한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음에도 결국 탈북민들이 추방되는 사태를 맞은 건 정부가 김정은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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