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단식· 정치 초년생 등 온갖 비아냥…술수 판치는 정치판에 '정직' 알려
   
▲ 성제준 객원 논설위원
 "그러다 진짜 죽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부인 최지영 여사가 의식을 되찾은 황대표에게 말했다. 황대표는 단식 8일째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사실 병원에는 진즉에 갔어야 했다. 건장한 청년이라도 물만 마시고 단식을 하면 일주일을 버티기가 힘든데 하물며 60세가 넘은 황대표야 오죽하겠는가? 

왜 황대표는 단식을 했어야 할까? 아니 애당초 단식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었을까? 보수진영 내에서 조차도 황대표의 단식을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혁신이 없다고 그렇게 말하는데 무슨 이제와서 구태정치의 상징인 단식이 웬말이냐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분명 단식은 구태정치의 상징이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단식을 했다. 너도나도 머리에 끈을 둘러메고 돗자리를 펴고 '목숨을 걸고' 단식을 했다. 하지만 목숨이란 말이 무색하게 너도나도 단식 기간을 훌쩍 20,30일을 넘겨버린다. 

이러다 보니 어느 누구도 누군가의 단식을 진정성있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식은 투쟁하는 자의 목숨을 건 의지를 보여주는 수단이긴 커녕 그저 관심좀 받고 싶어하는 사람의 '정치 쑈'가 된지 오래다. 그런데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또 다시 '쑈'하겠다니 어느 누가 여기에 박수쳐줄 수 있었겠는가? 

황대표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단식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모르진 않았을 거다. 그래서 그런지 황대표는 꽤나 비장하게 단식을 시작했다. 몇번에 걸쳐 "목숨을 걸겠다"고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문정권의 폭정을 막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황대표가 목숨을 걸었다 말해도 바뀐 건 크게 없었다. 국민들은 이미 지칠대로 지쳤다. 국민들에게 황대표는 그저 또 다른 입바른 소리하는 정치인 중 한명일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황대표의 단식을 비아냥거렸지만 나는 처음부터 황대표의 단식에 기대를 품고 있었다. 정무적으로 판단했을 때 단식을 비판할 수많은 이유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식은 해야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단식이야말로 황대표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자산, 다른 정치인들에게서는 결코 찾기 힘든 황대표만의 정치적 자산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 8일째 단식 중이던 황교안 대표가 지난 27일 오후 11시께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응급실로 긴급 후송되고 있는 장면 /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의문이 든다. 도대체 황대표만이 갖고 있는 정치적 자산은 무엇인가? 한국당 의원 조차도 황대표를 '정치 초년생'이라며 히죽대고, 오래동안 공직생활을 해서 그런지 사고의 유연성이 없다는 불평 한 가운데서 황대표만이 갖고 있는 자산은 무엇인가? 다른 정치인에게서는 찾기 어려운, 황교안 대표만이 갖고 있는 자산, 그것은 바로 정직함이다. 

황대표의 행동과 말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분명 정치적으로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느 누구도 황대표가 거짓말 한다고 비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황대표의 단식은 다른 정치인들과는 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사람은 결코 국민들을 속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실제로 황대표는 달랐다.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황대표는 '바보같이' 행동했다. 그 어떠한 수도 쓰지 않고 바보같이 단식했다. 그리고 기어이 의식을 잃었다. 어느 누가 이 단식을 거짓이라 할 수 있겠는가? 어느 누가 이 단식을 '황제단식'이라고 비판할 수 있겠는가? 

혹자는 목숨을 걸었건, 진정성있게 행동했건 결과가 좋지 않으면 무슨소용이냐 반문한다. 실제로 아직까지도 한국당 의원들은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당 대표를 나몰라라 하고 있다. 이들에게 국가의 이익은 커녕, 당의 이익도 안중에 없다. 오로지 한번 더 국회의원을 하는 것, 그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감히 이번 단식이 그렇게 우리가 갈망했던 한국당 '혁신'의 밀알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당대표가 결국 인간적 한계에 부딪혀 쓰러졌지만, 이것은 또 다른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아직은 작은 소리이지만 분명 당 여기저기에서 그리고 우리 마음 속에서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목소리가 튀어나오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황교안이다. 우리는 결코 조국이 아니다. 우리는 조국을 막았던 것 처럼 다시한번 공수처와 선거제도 개혁을 막을 것이다. 황교안이라는 한 알의 밀알은 틀림없이 한국당에 새로운 혁신의 시작이 될 것이다. /성제준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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