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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진 문화산책] 파리에서 만난 '뱅크시의 세계'
"낙서를 고급 예술로 승화시킨 뱅크시는 '기업가정신'이 투철한 예술가이다"
승인 | 장윤진 기자 | koreaw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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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9-12-01 14: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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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장윤진 기자] '얼굴 없는 예술가'·'예술 테러리스트'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영국 출신 그래피티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 '뱅크시(Banksy 1974~)'

   
▲ 본지는 지난 9월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뱅크시의 세계'전에 방문했다. /사진=미디어펜


인간의 본성을 건드리는 시사성으로 유명한 그의 작품 세계를 지난 늦가을 파리에서 직접 목격했다. 

뱅크시의 예술 장르는 다다이즘과 그래피티로 분류된다. 

다다이즘은 기존 예술의 '관례'를 반대하는 허무적 이상주의와 반항 정신을 기초로 하며 '파괴'를 목적으로 한다. 그래피티는 1960~70년대 미국 갱들의 문화에서 기원했다. 당시 미국 갱스터들이 특유의 낙서를 벽에 남기여 영역을 표시하는 관습에서 시작됐다.  

이 같은 뱅크시의 현재 권력에 대한 저항과 반 엘리트주의적 성향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 뱅크시는 누구인가 (Who is Banksy?)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그림을 패러디해 '익명의 자신'을 희화했다. /사진=미디어펜


지난 2003년 영국 가디언지 인터뷰에 따르면 뱅크시는 1974년생 백인 남성이며 14살부터 학교를 그만두고 전 세계를 유랑하며 낙서화(그래피티)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현재 뱅크시의 예술은 한 장르를 넘어선 회화, 조각, 사진, 설치, 행위예술, 영화 등의 모든 예술 장르를 융합한 포스트모더니즘에 가깝다.  

   
▲ 그래피티 벽화, 설치물, 비디오아트, 폭탄 터지는 소리 등 전시공간 전체를 활용하며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뱅크시의 작품 /사진=미디어펜


2005년에 대영박물관이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설치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본인의 행동을 '행위 예술'이라고 치부했고 뉴욕에서 자신의 오리지널 스텐실 작품을 센트럴파크의 길거리 노점에서 노숙인이 대신 판매하도록 하는 등의 깜짝 이벤트를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뱅크시의 예술 테러리스트적 면모는 이에 그지치 않는다. 

그의 대표작 '풍선과 소녀'는 2002년 영국 런던 쇼디치 근교에 벽화로 처음 그려진 뒤 뱅크시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꾸준히 재생산돼 2018년 10월 영국 소더비 경매에 나와 104만 파운드 (약 15억 8200만 원)에 낙찰됐다. 

   
▲ '풍선과 소녀' 영국 소더비 경매 낙찰 직후 뱅크시는 액자 틀에 숨겨둔 소형 분쇄 장치를 가동해 자신의 작품을 가늘게 잘라 업계 관계자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사진=뱅크시 인스타그램 캡쳐


낙찰 직후 뱅크시는 액자 틀에 숨겨둔 소형 분쇄 장치를 가동해 자신의 작품을 가늘게 잘라 업계 관계자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당시 전 세계 언론은 그 사건을 대서특필하며 또 한번 그의 작품은 복제, 재생산되었다. 

뱅크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해당 영상을 업로드했고 하루 새 370만 명이 넘는 이가 시청했다. 이들은 "진짜 예술을 보여줘서 고맙다","이것이야 말로 완전한 풍자"라는 의견을 남기는 등 그의 행위에 열광했다. 

그렇게 뱅크시의 '명성'과 '몸값'은 더욱 치솟았다.   

이에 뱅크시는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 역시 창조적인 욕구다"(The urge to destroy is also a creative urge)라는 짦은 말을 남겼다. 큐비즘 창시자 故 파블로 피카소의 "창조라는 모든 행위는 파괴에서 시작된다" (Tout acte de création est d'abord un acte de destruction)와 같은 맥락이다. 

팝아트의 창시자 故 앤디 워홀의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 줄 것이다"(Be famous, and they will give you tremendous applause even when you are actually pooping)라는 명언 역시 떠오른다. 

   
▲ 약 15억 8200만 원에 낙찰된 '사랑은 쓰레기통에 있다' (2002) /사진=미디어펜


이후 해당 그림의 제목은 '사랑은 쓰레기통에 있다'로 변경됐다. 

최근 영국 정부에서 뱅크시를 공식 작가로 인정했다. 그가 생산한 브리스톨 현지의 벽화들은 당국의 관리 아래 작품 투어나 관광지 상품으로 ‘뱅크시 그래피티 투어’가 유행하고 있을 정도다.

자본주의 발전사를 쓴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자본주의가 성숙기에 접어들게 되면 이윤율이 하락하고 새로운 이윤 창출이 어렵게 되기 때문에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가 경제 발전에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중요하다"며 "이는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전했다. 

낙서쯤으로 취급받던 벽화를 예술로 승화시키고 권력과 제도를 풍자한 뱅크시는 기업가정신이 투철한 예술가일 것이다. 

   
▲ 심각한 대기오염을 자유의 여신상을 통해 풍자했다. /사진=미디어펜


한편 이번에 기자가 직접 방문한 '뱅크시의 세계' 전시는 프랑스 파리 'Espace Lafayette-Drouot'에서 오는 12월 31일까지 이어진다. 파리를 방문할 계획이 있는 독자라면 꼭 들러 그의 예술 세계를 경험해 보기를 추천한다.  

   
▲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뱅크시의 세계'전 내부 전경 /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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