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살라미 비롯해 '4+1 공조' 강화

한국당 "양대 악법 반드시 막아낼 것"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의 처리를 두고 여야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29일 기습적으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예정된 본회의에 불참했다. 또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에 대응하기 위해 임시국회를 최소 하루 단위씩 쪼개서 반복적으로 여는 ‘살라미 전술’을 검토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의 처리 결과에 따라 선거판 자체가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여야 모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초강수로 맞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한국당을 향해 국회를 정상화시킬 것을 촉구하며, 필요한 경우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들과 협조해 내년도 예산안 및 민생법안들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이해찬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이 현재의 필리버스터 신청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고, 비쟁점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지 않고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공개 약속을 하는 경우에만 예산안과 법안을 한국당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이어 “한국당이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다른 야당과 협력해 국회를 정상화 시키겠다”면서 “예산과 함께 처리 가능한 민생법안과 개혁법안을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 더 이상 한국당에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과 정치세력이 연합해서 국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정상화할 방안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며 ‘4+1 공조’를 통한 법안 처리를 시사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오는 10일 정기국회가 폐회된 뒤 살라미 임시국회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 안건은 다음 회기에 자동 표결에 부쳐지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임시국회 일정을 쪼개서 우선순위 안건을 한 건씩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로 처리하겠다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은 선거개혁 관련 선거법 개정안 1개, 공수처 설치 법안 2개,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2개 등 총 5개다. 임시국회 4번을 반복하면 모두 처리가 가능한 셈이다.

반면, 한국당은 민식이법 등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지 않은 법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에는 찬성하면서도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의 우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단식을 끝마친 황교안 대표가 2일 당무에 복귀하면서 당 안팎으로 대정부 투쟁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사진=자유한국당 제공


8일간의 단식투쟁을 끝내고 병원에 입원한지 나흘만에 일선에 복귀한 황 대표는 이날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안과 민식이법 등 시급한 민생법안은 우선 통과시키도록 하겠다”며 “여당은 야당이 민생법안을 가로막는다고 거짓 선동을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합법적인 필리버스터를 방해하는 것이야말로 탈법적·반민주적·비민주적 처사”라면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양대 악법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청와대와 여당은 불법적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철회하고 양대 악법을 철회할 생각을 하기는커녕 더 큰 불법으로 맞서고 있다”며 '원포인트 본회의'를 촉구했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불법 국회봉쇄 3일차다. 하루빨리 통과돼야 할 민식이법, 각종 민생법안이 여당의 국회봉쇄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민식이법 통과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는데, 왜 여당은 아직도 묵묵부답이냐”고 말했다.

한편, 513조 5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활동 시한인 11월 30일 내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서 정부 원안이 지난 1일 본회의에 부의됐다. 원내 교섭단체간 합의를 통해 예결위 활동 시한을 연장할 수도 있지만, 여야의 대치 상황에서 논의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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