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화 토대인 '삼원법 해체·인간 폭력성 끄집어내 '눈길'
오는 22일까지 대전 이응노미술관서 개최
[미디어펜=장윤진 기자] "상투적인 옥시덴탈리즘·오리엔탈리즘의 도그마에 갇혀 전통을 혁신하거나 시대에 걸맞은 독자적인 미술담론을 생산하지 못했다. 이제는 근본적 질문, 뒤집어보기를 통해 동양화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생산적 논의,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야 할 때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중국 상하이 하우아트뮤지엄 윤재갑 관장의 말이다.

대전 서구에 있는 이응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산수(山水)-억압된 자연’은 산수화로 상징되는 동양화의 새로운 담론을 찾는 전시회다. 윤 관장과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이 공동기획했다.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은 "이응노미술관이 이제는 새로운 담론을 나눠야 할 때라는 생각에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며 "한국의 미술은 전반적으로 서구의 것을 많이 수입하고 왜곡된 실정이다. 단순히 산수화에 대한 전시가 아니라 동양의 그림에 대한 사고를 바꿀 수 있는 내용의 전시를 과감히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한국과 중국 최고의 작가들이라고 자부한다"며 "지난 10월 31일 국제학술행사 세미나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강조했다. 

   
▲ 장재록 작가의 'Another Act'/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회는 자연친화적이라는 일반적인 동양의 전통 화론·자연관에 매우 비판적이다. 

특히 산수화의 토대인 ‘삼원법’을 아예 해체시킨다. 서양의 투시원근법과 비교되는 삼원법은 자연경관(대상)을 정면에서,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와 뒷면까지 바라보는 3가지 시점을 말한다. 

11세기 북송시대 화가 곽희가 화론 '임천고치'를 통해 종합·정리했다. 산수화는 이런 다시점을 한 화면에 구사, 서양 풍경화와 차별되는 미감을 자랑한다. 

또한 삼원법을 인간의 입맛에 맞게 자연을 해체·편집하는 반자연친화적·자연 억압의 시각으로 본다. 또 분재, 풍수지리사상에서도 세속적 욕망을 위해 자연에 행하는 인간의 폭력성을 끄집어낸다. 

전시장에는 고암 이응노(1904~1989)를 비롯해 한국·중국 작가 9명의 회화·비디오·설치 등 80여점이 나왔다. 유명 스포츠카 등의 소재를 수묵화로 표현해 주목받아온 장재록은 전통적 산수를 디지털 픽셀의 이미지로 해체·재구성, 삼원법의 유용성·가치를 되묻는다. 

   
▲ 앞에서 보면 아름다운 산수화이지만 뒤를 보면 온갖 쓰레기로 구성된 중국 쉬빙 작가의 '백 그라운드 스토리:루산' /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아울러 떠오르는 중국 작가 장위, 동양에서 배제·억압한 여성성을 민화풍으로 풀어내 페미니즘적 동양화를 선보이는 김지평을 비롯해 자신만의 작품세계로 이름난 이이남·오윤석 작가, 중국 뉴미디어 대표작가인 펑멍보와 션샤오민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대전이응노미술관에서 22일까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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