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내 5회 설치작가 배제 등…새로운 블랙리스트 만드는 꼴"
[미디어펜=장윤진 기자] 최근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의 갑작스런 건축물 공공미술작품 심의 강화로 부결 작품이 속출하자 심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예술가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 스타필드 코엑스점에 설치된 변대용 작가의 '끔의 여정'. 최근 공공미술작품에 대한 심의가 강화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3일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미술협회와 한국조각가협회 임원 및 회원 50여 명은 지난달 23일 서울 인사동에서 긴급 회동하고 심의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서명행사를 가졌다. 

당시 회의 참석자들은 "서울시 심의방법을 개선하고 경기도 심의제도를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명에는 140여 명이 참여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 80명 이내의 심의위원 풀제에서 20명을 심의위원으로 고정하고, 젊은 작가·신진 작가들도 공공조형물 설치에 참여토록 하는 '기회균등'을 골자로 심의 기준도 일부 변경했다. 

최근 심의 선정위원 구성을 새롭게 한 경기도 역시 심의 부결률이 높아졌다. 8월 이전에는 가결률이 62.5% 였으나 9월에는 12%, 10월에는 0%로 급락했다.  

지난달 23일 회의에 참석했던 한 작가는 "부결률이 높아지며 젊은 작가와 신진 작가에게 기회가 돌아가기는커녕 오히려 심사위원 취향의 작가들만 선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게다가 심의에서 5년 안에 5번 이상 공공조형물을 설치한 작가는 제외시킨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돈다"며 "기회균등을 빌미로 양으로 환산할 수 없는 예술의 '질적 특수성'을 외면한 채 또 하나의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1972년 처음 도입돼 1995년 시행된 '건축물미술작품제도'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미술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했고 조형물 작가들에게는 '큰 미술시장'을 형성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심의에서 부결률이 높아지면서 시장 자체가 축소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아울러 부결률이 높아지자 '선택적 기금제'의 행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르면 작품이 선정되지 않아 건축물에 미술작품을 설치 못하면 해당 금액의 70%를 문화예술진흥기금에 출연하도록 돼 있다. 

작가들은 이에 대해 "고의적으로 부결률을 높여 기금으로 받으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축물미술작품 제도로 2011년부터 걷은 기금이 300억 원이며, 공공미술 사업에 쓴 액수는 30억 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 등 지자체 관계자들은 "기존의 심의제도에 따르면 몇몇 작가가 독식하게 돼 있어 젊은작가, 신진작가에게는 아예 기회가 안 돌아갔다"며 "그렇다고 일부 작가를 배제하기 위한 것은 절대 아니고 왜곡된 시장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예술성과 공공성,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해 엄격하게 심사하다 보니 부결률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장윤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