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등 연기금, 위탁운용사 선정시 '가점' 부여하기로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민연금이 내년 하반기부터 국내주식 위탁운용사 선정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여부에 따라 가점을 부여하기로 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자체적으로 코드 적용에 나서고 있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등 대형 연기금들도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여부를 살필 것이라고 예고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확산되고 있다.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의미하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는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한 자율 지침으로 국민연금이 작년 도입했다. 

   
▲ 사진=연합뉴스


BNK자산운용은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위탁운용사 풀에 포함돼 있지 않은 BNK자산운용은 선제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마련하며 ‘트렌드’에 발맞추려는 모습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교보악사자산운용 역이 늦어도 내년 초까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내년 하반기부터 국내주식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이행하고 있는 위탁운용사에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가점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1점과 세부 운용 지침 마련 1점을 포함한 총 2점이다. 기존 위탁운용 풀에 들어가 있는 운용사에 대한 평가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안착된 이후 시행된다. 

국내 자본시장 최대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움직이자 나머지 연기금들의 후속조치도 뒤따르고 있다. 공무원연금 역시 작년부터 국내외 주식, 채권 위탁운용사 선정 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여부를 정성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현재 공무원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마무리 작업을 진행중이다. 지난 6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연구 용역을 거쳐 도입안을 마련한 상태다. 지난달 21일 연금운영위원회에 보고하고 이달 중으로 자산운용위원회 심의와 이사회 보고를 거쳐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사학연금은 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맡긴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연구 용역을 보고하고 지난 3일 자산운용위원회의 심의·의결을 마친 상태다. 오는 20일 연금운영위원회를 거쳐 원칙을 제정하고 자금운용지침에 반영해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2월 이전까지 외부전문가가 포함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마련해 구체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서는 ‘연금 사회주의’ 등 반대 의견도 분명히 존재한다. 연기금이 사기업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하게 되는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국민연금을 포함한 대규모 자본이 움직이자 운용사들도 발을 맞춰 자세를 변화시키는 모습이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가점부여 이전부터도 대다수 운용사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면서 “대규모 연기금들이 움직인 만큼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대세’에 맞추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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