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스터 N·G70·스팅어·싼타페·쏘렌토 등 적용
효율성·환경규제 등의 문제에도 유연하게 대응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고유가 시대를 겪으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운사이징 기술을 도입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기술의 보편화로 2.0ℓ 가솔린 터보모델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는 평가다. 

대배기량의 다기통엔진이 고성능 차량과 플래그십 모델의 대명사로 통하던 시대가 변해 이제는 배기량을 줄인 2000cc 직렬 4기통의 엔진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상품성을 높여 돌아온 제네시스 G70. /사진=제네시스


기술력의 발달로 기존에 개발된 엔진에서 다양한 출력을 뽑아 낼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범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해 졌다. 이에 글로벌 업계가 2.0ℓ 가솔린 터보엔진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한동안 외면 받았던 이 엔진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2000cc엔진에 대한 관심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수입차를 비롯해 국내 완성차에서 주력 차종이 직렬 4기통의 2.0ℓ엔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는 리먼 쇼크로 급락했던 국제유가가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중동 지역의 정정이 불안해지면서 공급 부족 상황을 낳았고 배럴당 120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고유가 시대로 접어든 것이 원인이었다. 

전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지면서 사람들은 '모험자산' 대신 금과 국채 등 안전자산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자동차 산업도 변혁기를 맞았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기 전까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는 고급차를 앞세워 자존심을 지켜왔지만 리먼 쇼크 이후 아랍의 봄 사태로 유가급등 직격탄을 맞은 이들은 서둘러 배기량을 낮추고 몸집을 줄였다. 

글로벌 주요브랜드들도 이런 추세에 동참했다. 이른바 '다운 사이징'의 시작이었다.

이 시기에 현대·기아차는 성장의 기회를 맞이했다.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값싸고 기름 덜 먹는 차가 인기를 끌었기 시장 점유율을 늘려갔기 때문이다. 여기에 디자인 면에서도 큰 성장을 보이며 미국시장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와 기아차에서는 점차적으로 2.0ℓ 가솔린 터보엔진의 활용도를 늘려갔다. 처음 시작은 쏘나타의 2.4ℓ엔진을 대체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많은 볼륨을 차지하는 모델은 아니었지만 시원한 출력으로 호평을 받았고 관심도 모았다. 

이후 이 엔진을 통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싼타페와 쏘렌토에도 적용하며 가솔린 SUV에 대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 기아자동차 퍼포먼스 세단 스팅어GT. /사진=미디어펜


이후에는 고성능 버전으로 2.0ℓ 가솔린 터보엔진을 튜닝해 i30N과 벨로스터N에 적용해 자사의 고성능 N브랜드를 국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밖에도 현대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의 저변확대 주역 G70에도 적용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 기아차 스팅어에도 적용해 마니아들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한국지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미 모터스포츠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의 글로벌 브랜드 쉐보레 기술력으로 완성된 2.0ℓ 가솔린 터보엔진을 국내에서 말리부부터 적용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2.0ℓ 가솔린 터보엔진은 현재 원하는 만큼 출력을 뽑아내고,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배기가스 규제까지 만족할 수 있어 시장에서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기술력의 발달로 더 적은 배기량에서도 과거 고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에서 보여줬던 출력을 뽑아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예로 한국지엠의 중형세단 말리부는 3기통 1.35ℓ 엔진을 바탕으로 최고출력 150마력을 뽑아낸다. 중형세단에 모자람 없는 출력을 내면서 낮은 배기량으로 배기가스를 현저히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쉐보레가 찾은 셈이다.

글로벌 브랜드에서는 최근 국내시장에 다양한 차종들이 소개되고 있는 차량들의 대부분이 2.0ℓ 가솔린 터보엔진으로 저마다 다양한 출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벤츠는 엔트리급 A-클래스의 고성능 버전은 2.0 터보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을 무려 421마력이나 뽑아낸다. 현존 2.0리터 엔진 가운데 최대치다. 같은 배기량의 현대차 쏘나타 터보가 최고출력 245마력 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친환경차로 전환되며 더 이상 내연기관의 개발보다 전기차의 개발에 비용을 투자하며 새로운 엔진개발에 비용을 들일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 현대자동차 고성능 N브랜드에 적용된 2.0ℓ 가솔린 터보엔진은 최고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36.0kg의 성능을 발휘한다. /사진=미디어펜


업계 한 관계자는 "친환경차 시대를 맞이한 완성차브랜드가 더 이상 새 엔진 개발에 돈을 들이지 않겠다는 절박함마저 보이고 있다"며 "이미 개발된 엔진을 튜닝해 원하는 출력을 발휘하며 부족한 부분은 전동화를 통해 채워줄 수 있어 고배기량의 엔진이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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