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청와대가 하명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문건은 청와대의 모 행정관이 제보받은 것이라고 밝힌 직후 제보자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송병기 부시장은 김기현 울산시장 시절 공직에서 물러났다가 송철호 현 울산시장이 후보자 시절 선거캠프에 몸담았고, 이후 경제부시장에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가 4일 브리핑할 당시 제보자의 신원을 본인 허락없이 밝힐 수 없다면서 “행정관이 캠핑장에서 만난 다른 기관 공직자”라고만 설명한 것과 달리 ‘김기현 상대 후보’의 측근이었다는 점에서 하명수사 의혹이 짙어지는 양상이다.

앞서 청와대는 전날 브리핑을 갖고 청와대 민정비서관실로 파견돼 근무하던 모 행정관이 2017년 10월 스마트폰 SNS 메시지를 통해 김 전 시장의 의혹 등과 관련한 제보를 받고, 이를 요약·편집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현재 제보자가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으로 밝혀진 이외에도 제보를 받았다는 모 행정관은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하는 문 모 사무관이라는 점이 추가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사망한 전직 감찰반원이 ‘김기현 비리’를 다룬 하명수사와 관련이 없다는 점에 포인트를 맞춰서 해명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해명이 사실관계와 다른 점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 청와대./연합뉴스
청와대는 스스로 내놓은 해명이 새로운 진실에 부딪치자 “저희는 수사기관이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서는 입장도 보였다.

청와대는 전날 “행정관이 (우연히) 제보받은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송 부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제보가 아니라 정부가 요청해서 답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송 부시장은 또 문 사무관을 알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2016년 12월쯤 사업하는 친구를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이 역시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됐다’는 청와대의 설명과 다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5일 오전 기자들 앞에서 “어떤 것이 사실인지는 저희가 더 이상 밝혀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희는 수사기관이 아니라서 누군가를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청와대는 이제는 청와대의 내부 조사에는 한계가 있으니 수사기관을 통해 밝히자고 주장한다.

같은 날 또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청와대가 어제 발표해서 제보자 신원 밝히지 않았다는 것을 두고 일부 언론이 하명수사라고 계속 보도하고 있다”며 “청와대는 내부 조사를 진행하면서 제보자가 누구인지 본인의 동의없이 밝혀서는 안된다, 그것은 불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발표가 사실인지, 일부 언론의 추측 보도가 사실인지, 머지않아 수사 결과가 나오면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한국당의 주장을 사실 확인없이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 언론의 횡포”라며 “어느 언론은 청와대가 경찰청에 이첩한 제보에 야당의원 네명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보도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제보에 그런 내용은 전혀 없다. 전형적인 허위 조작 보도”라고 비판했다. 

전날 청와대는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으로 압수수색당하는 와중에 ‘김기현 하명수사’에 초점을 맞춰서 브리핑을 했지만 사실과 전혀 다른 해명을 내놓은 결과가 돼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에 수사 내용을 공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깜깜이 수사’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는 5일 일명 ‘더 센’으로 통하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내정하는 '원 포인트' 개각을 단행한 뒤 “수사 결과를 보자”고 으름장을 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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