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후보자 "보수통합 하겠다" 한 목소리

'아픈상처' 유승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패스트트랙 정국을 겪으면서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보수통합이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하지만 통합의 한 축인 ‘변화와 혁신(변혁)’이 원내대표 교체 과정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불을 지핀 ‘보수통합’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정국을 맞아 잠시 주춤거렸다. 이후 황 대표가 단식을 시작하면서 뒷전으로 밀렸지만, 차기 원내대표 주자들이 입을 모아 ‘보수통합’을 외치면서 다시 군불이 지펴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강석호 의원이 “내가 보수통합의 적임자다. 원내 보수 정당 간 정책 협의체를 구성해 통합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며 불씨를 당겼고, 이어 유기준 의원이 “황 대표와 함께 보수대통합을 이끌겠다. 국민이 바라는 보수의 가치를 정립하고 야권대통합을 통해 보수세력을 아우르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바람을 넣었다.

심재철 의원도 “총선 승리를 이루기 위해서는 야권대통합을 통해 보수세력이 한곳으로 결집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우파의 가치를 정립하고 개혁적·합리적 보수대통합의 복토가 되겠다”고 주장했고, 윤상현 역시 “누구와도 힘을 합칠 수 있는 통합의 견인차가 돼 혁신·통합을 이뤄내 기필코 승리하겠다”며 힘을 실었다.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대표단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마지막 원내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제공


이처럼 원내대표 후보자들이 보수통합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경선 결과에 따라 보수통합 논의가 중단될 수도 있다는 점이 한국당의 고민이다. ‘도로 친박당’이 될 경우 변혁이 이를 받아들이고 함께 하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5일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현재 한국당의 당직개편이나 그 다음에 여러 가지 일어나는 일들이 통합의 상대가 보기에 유쾌해 보이지는 않을 수가 있다”며 “대표의 친정체제를 강화하고, 특히 친박이라고 하는 부분들이 강화되는 것 같은데 우리가 들어가야 되느냐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SNS를 통해 “원내대표까지 소위 친박이 되면 당은 탄핵 잔당이 돼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라면서 “보수통합은 커녕 분당사태까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변혁도 비판적인 시각이다. 

변혁의 전 대표인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5일 비상회의에서 “한국당이 보수 재건의 3원칙(▲탄핵의 강 건너기 ▲개혁보수 나아가기 ▲낡은 집 허물고 새 집 짓기)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3원칙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든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특히 나 원내대표의 교체 과정을 두고 “야당 최고위에서는 원내대표 임기 연장 여부에 대해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본인이 지난 2015년 새누리당(현 한국당) 원내대표에서 물러났던 일을 거론했다.

유 의원에게 당시 ‘원내대표 교체’는 ‘아픈 상처’로 남아있다. 지난 2015년 박근혜정부 당시 여당의 원내대표였던 유 의원은 그해 4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로 대표되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이후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 이후 수많은 친박 의원들의 반대로 인해 결국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유 의원은 “2015년 6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권력이 시퍼렇게 살아있을 때 (당시 친박이라는 사람들이) 새누리당 원내대표이던 저를 아주 거칠게 공격했다”면서 “저는 대통령과 정권 실세들이 아무리 물러나라고 했어도 의원총회에서 의원들 뜻이 모이지 않으면 절대 물러날 수 없다고 버텼다. 결국 의총에서 사퇴권고 결의안이 나와 물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정당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진 않겠지만, 한국당의 보수재건의 3원칙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생각은 전혀 안 든다”며 “앞으로 두보 볼 일이다. 개혁적 중도보수 신당을 시작하는 마당에 그 문제(보수통합)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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