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특화' 강점…DLF 규제로 중요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은행과 증권사들이 오프라인 점포를 지속적으로 축소시키고 있는 가운데 한 장소에서 은행‧증권사 업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복합점포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은행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은 최근 해외파생상품(DLF) 사태 이후 강화된 당국의 규제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복합점포를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6일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운영 중인 복합점포가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복합점포란 은행·증권·카드·보험 등 각 업권의 금융사들이 칸막이를 없애고 고객이 한 자리에서 통합 자산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점포를 의미한다.

   
▲ 은행과 증권사들이 오프라인 점포를 지속적으로 축소시키고 있는 가운데 한 장소에서 은행‧증권사 업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복합점포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하나금융투자의 삼성동 금융센터 복합점포 오픈식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하나금융투자


지난 3분기 기준 국내 증권사 57곳의 국내 지점 수는 총 924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4곳이 감소했다. 비대면 계좌개설과 모바일 거래 등이 정착되면서 증권 업무를 원하는 고객들이 증권사 지점을 직접 방문할 이유는 거의 사라진 상태다.

단, 고액자산가들의 자산관리(WM) 문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많게는 수십억원을 굴려 금융소득을 추구하는 ‘슈퍼리치’들의 경우 오히려 증권사를 직접 방문해 서비스 상담을 받는 경우가 많다. 현재 증권사들은 이들의 ‘전심(錢心)’을 잡기 위해 복합점포를 늘리고 그 규모도 대형화 시키고 있다.

복합점포는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의 규제완화 정책이 입안되면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고객들이 한 번의 방문으로 모든 금융업무를 해결하는 ‘원스톱 종합자산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 금융회사들도 비용 절감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손꼽힌다.

특히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은행을 계열사로 둔 금융지주사들과 그 산하 증권사들이다. 이들 회사가 복합점포를 개점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NH투자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등은 최근까지 복합점포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KB금융은 WM복합점포 70개, 기업투자금융(CIB) 복합점포 9개를 합해 업계에서 최다인 79개의 복합점포를 보유 중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2일 복합점포 3곳을 동시에 오픈해 업계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번 하나금투의 복합점포 개편은 최근 금융사들이 복합점포를 바라보는 시각을 잘 보여준다. 삼성동금융센터와 원주지점을 복합점포로 업그레이드 시켰고 강남파이낸스골드클럽은 이전 오픈해 강남 ‘슈퍼리치’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이곳에서 외환업무에 특화된 KEB하나은행 강남파이낸스PB센터와 하나금융투자의 해외주식, 해외파생 등 글로벌 투자 영역을 결합해 최대의 시너지를 끌어낸다는 복안이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계열사인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등과 함께 지난달 27일 서울 한남동에 개인자산관리 복합점포 ‘신한PWM한남동센터’를 개점했다. 최근 들어 자주 눈에 띄는 ‘신한PWM’이라는 브랜드가 바로 은행과 증권사의 개인고객 대상 금융서비스 담당자가 함께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신한금융그룹 복합점포다. 

현재 PWM센터는 전국에서 28곳이 운영 중이다. 특히 금융자산 3억원이상의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서비스 사업을 계속 확장시킬 것이라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DGB금융그룹도 지난 10월 28일 대구 북부에서 계열사인 DGB대구은행과 하이투자증권 점포를 결합한 복합점포 4호점을 오픈하며 트렌드에 발을 맞추고 있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앞으로도 꾸준한 프리미엄 복합점포를 개설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가운데 최근 불거진 파생결합펀드(DLF) 원금손실 사태와 그로 인한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가 하나의 변수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고난도 사모펀드와 신탁 상품을 더 이상 은행에서는 팔지 못하게 되면서 고수익 상품을 찾는 고액 자산가들이 복합점포를 방문할 이유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복합점포는 고객과 금융사의 양쪽 수요가 전부 충족될 수 있는 공간”이라면서 “위험도가 높은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경우 복합점포에서 전문적인 상담을 받은 뒤 투자할 수 있다면 이번 사태와 같은 불상사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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