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청 "자동차관리법상 주민 동의 받아오면 판금·도장공장 운영 허가"
KCC오토 "기형적 센터 운영에 손해 막심…신입 직원 채용 보류·취소했다"
KCC오토, 김앤장 법률사무소 선임…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 제기
   
▲ 서울 금천구 시흥동 소재 KCC오토 메르세데스-벤츠 금천서비스센터 전경./사진=박규빈 기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공식 딜러사 KCC오토와 서울 금천구청이 판금·도장공장 정비업 사용 허가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금천구청의 일관성 없는 행정이 도마에 올랐다.

10일 KCC오토와 금천구청 관계자 등에 따르면 KCC오토는 연면적 1만3537㎡(약 4095평) 부지에 지하 4층·지상 10층 규모로 메르세데스-벤츠 신차 판매·인증 중고차·서비스 센터 등 복합 시설을 건립했다. 수도권 서남부권 지역의 수리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 같은 시설을 두고 KCC오토가 금천구청과 일부 금천구민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현재 KCC오토는 이 중 1.5개층만 사용하며 신차 판매용도로만 쓰고 있는 실정이다. 판금·도장공장 운영 허가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판금·도장공장에서 쓰이는 페인트엔 인체에 유해한 화학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판금·도장공장 운영 반대의 목청을 높여왔다는 것이 금천구청의 공식 입장이다.

금천구청 홍보디지털과 언론팀 관계자는 지난 6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행정 차원에서 KCC오토의 메르세데스-벤츠 수리센터 자동차 정비업에 대해 조건부 인·허가를 내줬다"며 "KCC오토가 주민들과의 합의서를 받아올 경우 판금·도장공장에 대해서도 허가를 내주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사실상 KCC오토로 하여금 주민들의 허락을 구해오라는 것이며, 이는 곧 금천구청이 정치적 부담을 피하고자 구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금천구청 관계자는 설명자료를 통해 "정비업을 포함, 자동차관리법에 명시된 자동차관리사업 등록은 법규에 맞을 경우 (행정관청이) 등록을 처리토록 돼있다"면서도 "건축물 사용 승인 시 관련 공문에 자동차정비업 등록 조건으로 주민 동의를 제시토록 규정돼 있다"고 해명했다.

   
▲ 서울 강서구 염창동 소재 메르세데스-벤츠 공식 딜러사 KCC오토 본사 전경./사진=박규빈 기자


이 같은 금천구청의 설명은 사실일까. 금천구청의 입장을 전해 들은 KCC오토 관계자는 펄쩍 뛰며 조목 조목 반박했다.

KCC오토 관계자는 "우리는 서울시 조례나 금천구청의 착공 승인 조건 상 △안전 점검 △대기·하수 환경 △작업 공간 △도로 이용 등 정비업 허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업체"라며 "이에 맞춰 서비스 센터 건립이 지난해 12월에 완료됐고, 올해 2월 금천구청으로부터 건물에 대한 사용 승인을 얻어냈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KCC오토는 도봉·성동구와 경기도 부천시에도 판금·도장공장을 운영 중이고, 심지어 도봉구 공장의 경우엔 아파트와 바로 마주하고 있음에도 행정 처리가 깔끔하게 이뤄졌다"며 "주민 동의 절차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시흥동 사업장 인근엔 50여개의 판금·도색업체들이 존재하고 1층에서 문을 열어둔 상태로 대놓고 작업한다"며 "이 역시 구민들 허락을 받아온 것이 아니라면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중립을 표방하는 금천구청이 이들에 대해서도 반려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에게 법적 하자가 하나라도 있었으면 사업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인데, 굉장히 억울하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이냐"며 금천구청의 엿장수 행정을 성토했다. 이어 "판금·도장공장에서 쓰이는 페인트에 벤젠과 툴루엔 등 1급 발암 물질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설치 예정인 대기오염물질 방지시설만으로도 관련 법령에 따른 배출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 판금·도장시설에 설치 예정인 대기오염물질 방지시설 개념도./사진=KCC오토


그러면서도 "환경 오염 가능성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를 고려, 실내 공기중 21%인 산소를 이온화해 포름알데히드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에 삼투하고, 산화작용·세균분해 등을 진행하는 저온 플라즈마(Non Thermal plasma) 방식의 정화장치를 도입할 것"이라며 "이 덕에 악취·미세먼지 등이 법적 허용 기준치보다 적게 배출되며, 길거리 디젤차량들이 내뿜는 매연보다 독성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손실에 대해선 그는 "토지 매입·시설 건립 등에 310억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매몰비용이 들었다"며 "구청이 주민 동의를 핑계로 판금·도장공장 운영 허가를 내주지 않는 바람에 전시장 옆 임시 센터에서 경정비만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사실상 개점휴업을 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 실제 기자가 시흥동 현장에 가보니 중검수 수준의 정비가 이뤄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 서울 금천구 시흥동 소재 KCC오토 메르세데스-벤츠 금천서비스센터 옆 간이 수리소./사진=박규빈 기자

심지어 이 회사는 채용 공고를 내고 뽑은 인력 여러 명에 대해 채용 보류 또는 취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유·무형상의 손실 규모가 막대하고, 무형상의 손실도 곧 유형 손실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며, 황당하고 애가 탄다는 게 KCC오토 관계자 전언이다.

KCC오토가 보상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추진을 하려 했던 것도 아니다. 복수의 KCC오토 관계자들은 "금천구 시흥동 서비스센터가 위치한 공용부지와 건물 일부를 인근 주민들에게 개방해 사용을 할 수 있게 하려 했고, 지역 발전기금도 2억원 이상 출연하고자 했다"며 "우리 회사 모체가 정보통신회사인 만큼 인근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상 코딩 교육 제안도 했고, 주변 아파트 단지에 찾아가서 입장문도 붙여두고 공청회와 설명회도 열었다"고 호소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KCC오토 측은 지역 주민들과 화합한다는 차원에서 금천구 지역 인재를 우대 채용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었다. KCC오토 입장으로선 나름대로 종합선물세트를 준비하고 있던 셈이다.

   
▲ 서울 금천구 시흥동 소재 KCC오토 메르세데스-벤츠 금천서비스센터 앞에 걸린 'KCC벤츠 발암물질 도장공장 퇴출 주민대책위원회'·'금천 주민대책위원회' 명의의 현수막./사진=박규빈 기자

이에 더해 KCC오토 측 서류에 따르면 KCC오토는 금천구청에 남서울힐스테이트 대표회의와의 합의절차를 주선해달라고 요청했고, 해당 아파트 단지 대표회의에도 지난 3월 22일과 4월 2일자로 공문을 보내 협의에 협조해줄 것을 타진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금천구청 주관 하에 이뤄진 올해 4월 25일, 5월 10일 두 번의 회의에 참석해 아파트 대표회의의 우려를 해소하고 원만한 합의를 하고자 노력했지만 대표회의가 자동차정비업 자체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민원인들을 대표하는 극히 일부의 극단주의자들 탓에 합의점을 도출해내지 못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당초 회사 경영진도 금천구 시흥동이 서울의 변두리 지역이기 때문에 우리가 들어가면 지역사회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면서도 "'KCC벤츠 발암물질 도장공장 퇴출 주민대책위원회'가 보상이나 혜택 제공 같은 건 필요 없다는 식으로 강경하게 나와 의견 접근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 서울 금천구 시흥동 소재 KCC오토 메르세데스-벤츠 금천서비스센터./사진=박규빈 기자


금천구청이 주민 동의를 앞세워 좀처럼 판금·도장공장 운영 허가를 내주지 않는 사이, KCC오토는 지난 8월 9일 금천구청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KCC오토 관계자는 "웬만해선 금천구 지역사회와 끊임 없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좋게 풀어나가고 싶었다"면서도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최후의 수단으로써 송사를 벌이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KCC오토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금천구청 역시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다. 양측은 지난달 7일 1차 변론에 참석한 바 있고, 2차 변론 기일은 오는 12일로 예정돼 있다. 소송 승패 가능성과 이후 행보에 대해 금천구청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며 "1심 판결에 따라 항소 여부는 주민들과 면밀히 의견 수렴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KCC오토 관계자는 언론에 대해서도 큰 불만을 표했다. "우리는 기자들을 만나 이 같이 소명했는데, 결국 민원을 제기하는 측 입장만을 반영한 기사만 내더라"며 "우리가 말하지도 않은 내용들이 떠도는 등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단독 기사라고 나온 것도 마찬가지"라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 서울 강서구 염창동 소재 메르세데스-벤츠 공식 딜러사 KCC오토 본사 전경./사진=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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