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번에도 북한은 앞에서는 미국과 비핵화 협상 중이었으나 뒤로는 군사력 증강을 한 셈이다. 주로 대화가 소강 국면일 때 시험했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탄도미사일 추진체계를 고체연료 엔진으로 전환시키는 시험을 이어왔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없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5월부터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시험발사를 이어왔고, 이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에 고체연료 전환을 시험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토대로 북한은 그들의 표현대로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고체연료엔진의 첫 시험을 한 것이라는 전문가 관측이 나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ICBM 엔진이라면 이미 3.18혁명이라고 하는 백두산 계열 엔진이 있고, 이를 이용해 미국 본토까지 날아가는 화성 14형, 화성 15형 발사에도 성공했다”며 “하지만 백두산 계열 화성 14형과 15형 1단 엔진은 액체이다. 고체인 북극성 계열은 아직 2000~3000㎞밖에 날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발사장과 엔진시험장을 갖추고 있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폐쇄를 구두 약속했고, 그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문에 폐기를 적시한 곳이다. 그런 만큼 북한이 이곳에서 시험을 재개한 것은 ‘새로운 길’에 나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24일 "새로 연구개발한 초대형방사포시험사격을 지도했다"고 8월25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매체가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더구나 북한이 이번에 진행한 것이 ICBM 고체연료 엔진시험이 맞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레드라인을 깨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대화가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언론에게 ‘북한의 ICBM 발사 중단’을 외교적 성과로 삼아왔다. 결국 북한이 ‘ICBM 카드’를 꺼낸 것은 ‘미국 본토 공격’이라는 최고 수위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이 이번 시험과 관련해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밝힌 ‘전략적 지위’라는 것은 ‘핵보유국’밖에 없다는 점에서 북미 간 진행해온 비핵화 협상을 완전히 멈추고 ‘새로운 길’을 고수하겠다는 것을 암시한다.

아직까지는 북한이 취한 이 모든 조치는 미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북한이 이달 중순을 넘어가면서 실제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전 통일부 장관)이 9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북한이 크리스마스에 ICBM을 고체 연료를 써서 발사하는 장면을 보여줄 것”이라며 “(이어) 핵폭탄과 ICBM이 다 있는 미국, 러시아, 중국, 북한만 동북아 지역 핵 군축 협상을 하자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앞서 이달 하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소집한다고 밝히면서 “중대한 문제를 결정한다”고 예고했다. 북한이 지난해 4월 당 중앙위 제7기 제3차 전략회의를 열고 “핵시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을 볼 때 이번에도 당 중앙위 회의를 통해 “다시 ICBM 개발에 나섰다”고 발표할 수 있다.  

다만, 북한이 실제로 ICBM을 시험발사할 경우 미국도 어떤 방법이든지 군사력을 동원해 응징할 가능성도 있어서 북한이 벼랑끝전술을 이어가되 실제 ICBM 발사까지는 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만약 북한이 ICBM 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국은 제재 강화 등 조처를 하면서 북미관계가 악화의 길로 빠져들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김정은은 너무 영리하다. 그리고 그는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잃을 게 너무 많다. 사실상 모든 것”이라고 적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특히 이날 트위터에서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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