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늘었지만 여전히 '거수기'…원안 가결 99.6%
   
▲ 공정거래위원회 앰블럼 [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한화·CJ·네이버 등 19곳 총수의 이사등재가 '전무'하는 등, 주요 대기업 집단(그룹)의 총수들이 계열사의 이사직을 전혀 맡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보유한 지분과 행사하는 경영권을 고려할 때, 이런 '이사 등재 회피' 현상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여전히 대규모 내부거래 등 고민이 필요한 사안에 대부분 이견 없이 찬성하는 현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국내 대기업 집단(그룹)의 총수 일가 이사 등재, 이사회 운영, 소수 주주권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2019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공개했다.

전체 조사대상 56개 기업집단 중 총수가 존재하는 49개 소속 1801개 계열사 가운데, 총수 일가가 이사 명단에 올라있는 회사는 17.8%(321개)로 집계됐다.

5년 연속 분석이 가능한 21개 기업집단을 보면, 총수 일가 이사 등재 계열사 비율은 14.4%로, 지난 2017년의 15.8%에서 1.4%포인트 떨어졌고, 2015년(18.4%)과 비교하면 4년 새 4%포인트 낮았다.

총수 본인이 이사인 회사의 비율도 2015년 5.4%에서 올해 4.7%로 0.7%포인트 내렸다.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대림, 미래에셋, 효성, 금호아시아나, 코오롱, 한국타이어, 태광, 이랜드, DB, 네이버, 동원, 삼천리, 동국제강, 유진, 하이트진로 등 19개 기업집단은 총수가 어느 계열사에도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고, 이 중 10곳은 총수 2·3세조차 단 한 계열사의 이사도 맡지 않았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이사회에서 빠진다는 것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56개 기업집단 소속 250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모두 810명으로, 전체 이사의 51.3%를 차지했고, 2년 연속 분석이 가능한 54곳의 사외이사 비중도 51.3%로, 2017년(50.7%)보다 0.6%포인트 늘었다.

이들의 이사회 참석률은 95%지만, 최근 1년(2018년 5월∼2019년 5월)간 전체 이사회 안건(6722건) 가운데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 통과되지 않은 경우는 24건(0.36%) 뿐이다.

특히 이사회 안건 중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 안건(755건·11.2%)은 모두 부결 없이 원안 가결됐고,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인 27개 상장회사에서도 이사회 원안 가결률은 100%에 달했다.

250개 상장회사는 이사회 안에 524개의 위원회(추천·감사·보상·내부거래 위원회)를 두고 있었는데, 이들 역시 1년간(2018년 5월∼2019년 5월) 상정된 안건(2051건) 중 12건을 빼고는 모두 원안대로 승인했다.

공정위가 이사회와 위원회에서 1년간 처리된 대규모 내부거래(상품·용역거래 한정) 관련 337개 안건을 들여다보니, 수의계약(331)의 사유를 기재하지 않은 경우가 80.9%(268건)에 이르고, 거래 관련 검토사항이 별도로 기재되지 않은 안건도 68.5%(231건)나 차지했다.

정창욱 과장은 "대규모 내부거래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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