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가 함께 손을 잡고 새 출발할 수 있도록 큰 마음을 보여달라.”

지난 23일 권오갑 사장은 울산 본사 정문에서 ‘임직원들에게 드리는 글’을 직접 나눠주며 이 같이말했다.

   
▲ 지난 23일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울산 본사 정문에서 직원들과 직접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권 사장의 이러한 파격 행보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권 사장은 이날 서신을 통해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일해 온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최근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의 경영난을 몰고 온 것은 전적으로 회사의 책임”이라며 “회사가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모든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오직 현대중공업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만 생각해 달라”며 “지금 우리가 겪는 시련에 대해 함께 힘을 모은다면 본래의 우리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부터 26일까지 나흘간 조합원 1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파업 돌입에 관한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사실상 총파업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권 사장의 리더십이 주목 받는 이유는 현대오일뱅크 사장 재임 시절 빛나는 위기 관리 능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지난 2013년 현대오일뱅크 사장으로 재임 기간에 2년 연속으로 임금위임과 단체교섭을 타결한 바 있다. 당시 현대오일뱅크의 협상 타결은 그 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임금동결 사례로 기록됐다.

이 같은 선언이 가능했던 것은 노사의 상생의지와 함께 권 사장에 대한 직원들의 믿음이 바탕이 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례로 권 사장은 현대오일뱅크에 재직하면서 사장업무용 차량인 에쿠스를 직원들의 웨딩카로 제공하는가 하면 모친상을 회사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치른 일화는 그의 품성이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 성과금 250% 추가, 호봉승급분 2만3000원을 5만원으로 인상,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3만7000원 인상(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생산성 향상 격려금 300만원, 경영목표 달성 격려금 200만원 지급, 월차제도 폐지, 2015년 1월부터 정년 60세 확정, 사내 근로복지기금 30억 출연, 노동조합 휴양소 건립기금 20억 출연안을 내놨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