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예산안 심사, 4+1 수정안 두고 결렬

정의당 "한국당과 물밑 거래 이뤄지면 대국민행동"
[미디어펜=조성완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을 압박하는 최대의 무기는 ‘4+1 협의체’다. 한국당이 끝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4+1 협의체’를 통해 언제든지 ‘한국당 패싱’이 가능하다는 게 민주당의 공격 논리다. 

하지만 한국당의 신임 원내대표 선출로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이 물꼬를 튼 상황에서 민주당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부분도 ‘4+1 협의체’다. ‘지금에 와서 우리를 배제하지 말라’는 압박이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그동안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정기국회가 마비된 동안 민주당은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를 가동하면서 예산안 심사, 선거법, 검찰개혁 법안 처리를 위안 논의를 이어왔다. 

이를 지렛대 삼아 “4+1 협의체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합의가 이뤄지면 신속히 움직이겠다(이인영 원내대표)”며 한국당이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 당선을 계기로 국회 상황에 다소 변화가 생겼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한국당의 전향적 입장변화가 없다면 기존 계획대로 ‘4+1’ 공조를 통해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조정법안을 표결 처리를 통해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예산안 처리의 순조로운 길이 열리지 않으면 민주당은 오후 2시 예정대로 내년도 예산안 수정동의안을 제출하겠다”며 ‘4+1’을 내세우며 한국당의 협상 참여를 압박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바람대로 한국당이 내년도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 협의에 나설 경우 오히려 ‘4+1’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4+1’에 참여한 민주당과 군소 야당의 속내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당의 협상 참여로 원내 교섭단체인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될 경우 오히려 기존 ‘4+1 협의체’에서 합의된 사항들이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가 있다. 실제 지난 9일 여야 3당은 원내대표간 합의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 협상에 나섰지만 ‘4+1 협의체’에서 논의된 부분을 두고 이견이 발생하면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10일 의원총회에서 “협상의 문을 열어둔다 하면서 4+1로 밀실예산, 밀봉예산에 무차별 강행통과를 시사하고 있다”며 “앞문을 열어놓고 뒷구멍을 파놓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 원내대표는 “4+1 협의체가 마치 여러당의 협상 테이블인양 치장하고 있지만 민주당과 2, 3, 4중대 다당제 연합전선의 밑그림”이라면서 “예산안 논의 결과를 지켜보고 향후 방침을 정립하겠다. 여당에게 경고한다. 4+1을 거론하면서 으름장 놓는 정치를 그만하라”고 날을 세웠다.

   
▲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오후 긴급 의원총회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한국당은 4조원, 바른미래당은 3조원을 순삭감할 것을 요구했는데, 민주당은 이전에 4+1 협의체에서 합의된 1조 2000억원 삭감 이상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이 ‘4+1 협의체’의 논의 사항을 배제하고 원내대표 간 합의안을 도출할 경우 기존의 ‘4+1’ 공조체제가 무너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이) 한국당과 물밑 거래로 개혁법안, 선거법, 공수처법 등이 이뤄진다면 거기에 따른 대국민 행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작년 12월 예산안 심의 의결할 때 민주당이 한국당과 협상해서 예산안을 기습적으로 통과시킨 적이 있다”며 “이것이 바로 거대 양당의 기득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거대 양당이 자신의 기득권을 하나도 놓지 않으려고 하면 불행한 일이 발생할 건데 한국당과 협상한다고 하면서 또다시 민주당이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까봐 우려되는 것이다. 지금 현재까지는 절대 그렇지는 않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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