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인상 현실화…다주택자 지난해보다 3배 부담
서울 집값 상승세 기대심리 반영…"주택 보유 유리"
"양도세, 취득세 낮춰…매물 내놓게 다주택자 유인"
   
▲ 서울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손희연 기자]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으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날 조짐이 보인다. 이는 집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종부세 인상으로 인한 세금 부담보다는 서울 집값 상승세로 인한 기대심리가 커지면서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매물 잠금'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6월 기준 1가구 1주택은 공시가격 9억원 이상, 2주택 이상은 합산 6억원 이상이면 이달 16일까지 종부세를 납부해야 한다. 특히 다주택자는 납부액 상한이 지난해보다 최고 3배, 세율이 최고 3.2%로 인상돼 종부세 부담이 커졌다. 보유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올해 85%에서 2022년 100%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당초 정부는 종부세 인상 현실화로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집을 내놓으면서 매물이 늘어나 공급량 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현재 시장은 이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과 더불어 집값이 계속 상승하자 매도 우위의 시장으로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이에 서울 아파트 매물이 부족해지면서 매매 거래도 줄어들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계약일 기준)는 3955건으로 지난 10월 1만538건보다 크게 줄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6월 6914건 △7월 8818건 △8월 6610건 △9월 7013건 등 월평균 6000건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서울 집값이 상승세가 거세자 주택을 여러 개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기대심리가 반영되면서 매물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서초구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종부세가 올라도 아파트값이 더 오르기 때문에 세금을 내더라도 집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심리가 시장에 반영하고 있다"며 "특히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거나 증여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종부세가 무서워 매물을 내놓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9일 기준)은 0.17% 올랐다. 이는 24주 연속 오름세이면서 지난해 9·13대책 이후 최대 상승이다. 서울 주요 아파트 매매가격은 '3.3㎡당 1억원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최고가 경신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면적 59㎡는 지난 10월 19억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6월 16억원에 거래된 이후 4개월여 만에 3억원이 올랐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도  59㎡ 호가가 23억~24억원이다. 10월 59㎡가 22억9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도 지난 10월 21억8000만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 중 강남4구 거래량이 2481건으로 전체의 24%에 달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거래 점검, 주택구매자금 출처 조사 등 강도 높은 시장 단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거래는 더 주춤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세금 인상으로 인한 공급 완화와 집값 안정이라는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거래세 인하 등을 통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책 강화와 주택구매자금 출처 조사 등 시장 단속도 강화하면서 거래가 더 감소할 수 있다"며 "보유세를 인상하더라도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을 단기적으로나마 낮춰서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물량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유인책을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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