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여성 래퍼 키디비를 성적으로 모욕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래퍼 블랙넛(본명 김대웅·30)이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2일 블랙넛의 모욕 혐의 상고심 선고에서 블랙넛 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16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내려졌다.

대법원은 "가사 내용, 공연 상황, 고소 경과 등을 종합하면 표현의 대상을 키디비로 특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가사 자체가 저속하고 피해자를 성적 욕구 해소의 대상으로 삼아 성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으로 피해자를 모욕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상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은 "피해자에 대한 모욕적 표현들은 힙합의 형식을 빌렸을 뿐 성적 희롱에 불과하다. 힙합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예술 분야와 다르게 이같은 행위가 특별히 용인된다고 볼 합리적 이유도 없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흔히 '디스'라고 불리는 힙합 문화도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 사진=미디어펜 DB


블랙넛은 지난 2017년 '투 리얼'이라는 곡의 가사에 키디비를 모욕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키디비는 2017년 5월 블랙넛을 고소했다. 와중에도 블랙넛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9월까지 4차례 공연에서 키디비를 성적 대상으로 삼은 곡을 부르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 블랙넛은 "노래에서 피해자를 키디비로 특정하지 않았고 성적 매력을 표현한 것일 뿐 성적 욕구 해소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힙합에서 디스는 자주 사용돼왔고, 이런 힙합 특성을 고려하면 모욕의 고의가 인정될 수 없거나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정당행위"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1, 2심 재판부는 모두 예술과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만큼 피해자의 인격권과 명예 감정도 소중하고 보호받아야 한다며 블랙넛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며 대법원 역시 최종적으로 같은 판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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