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대전제 하에 협상론 목소리도 곳곳서 포착

12일 미디어펜에 "일단 4+1 협의체부터 해체해야..."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의원들 사이에서는 투쟁과 협상 투트랙론이 부상하고 있다.

한국당은 선거법과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을 2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황교안 대표를 필두로 지난 11일 밤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황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본회의 예산안 기습 강행처리를 두고 "예산안 날치기"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과 공수처법도 이렇게 날치기 처리하겠다고 하는 예고로 보여진다. 예산안 날치기 처리는 일종의 발맞추기 예행연습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비상한 각오, 결연한 자세로 총력 투쟁하겠다"고 농성의 결의를 밝혔다.

다만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대해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 황교안 대표가 12일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바닥에는 '나를 밟고 가라!'라는 플래카드가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이 자리에서 심재철 원내대표는 "우리는 마지막까지 대화의 끈은 놓지 않겠다"며 "민주당이 민심의 사이렌에 눈 감지 않는다면 전향적인 자세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앞에 당당히 나오시라"고 촉구했다.

심 신임 원내대표 선출 전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과 관련해 강경 투쟁 일변도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심 원내대표는 당대표와 보조를 맞추되 협상의 물꼬를 트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당은 공세 수위를 높여 '총력 투쟁'을 전제로 하되 투쟁·협상이라는 일종의 투트랙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국회는 어차피 최후에는 표결로 간다"면서 필리버스터라던가 분야별 토론이라도 해서 시간지연을 해도 그것 또한 결국 최선은 아니고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저 사람들이 밀어붙인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봤듯이 우리 당과 합리적으로 조절해가면 우리도 다 만족하진 않지만 상대와의 협상을 신뢰할 텐데. 의장을 꼭두각시로 만들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그는 "당 의원총회에서는 일부 협상해야 하는 게 아니냐 하는 목소리는 있다. 투쟁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둘 다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우리가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없는, 민주주의를 위배하는 법이다"면서도 "현실적으로는 그래도 가령 독소조항을 빼고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협상하자는 측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도 투쟁 목소리가 크다"면서 "우리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전면 투쟁 목소리가 더 큰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한 초선 의원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은 원내지도부에서 수립 중"이라며 "(선거법과 공수처법) 내용이 어떠냐에 따라 별도 대응해야 한다. 어떤 걸 (내줘야 하는지) 취사선택해 답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우선 4+1협의체는 해체시켜야 한다"며 "(이를 전제로 했을 때) 싸움만 하는 이미지를 좀 더 업그레이드하는 (협상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섭단체끼리 협의해야 한다. 교섭단체 협의 결과로 서로 양보해야 한다. 그게 의회민주주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그는 "정의당 의식하는데, 그럼 정의당이랑 합치던가. 그런 면에서 민주당이 국회 운영을 잘 못한다. 여당이 소수당 눈치 보고 그러면서 제1야당은 패싱한다는 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11일 의원총회에서는 의원직 총사퇴라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12일 오전 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의원직 사퇴하고나서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정부 비판이라든가 견제의 권능은 상실되는 것"이라며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이러한 모든 상황을 동원해야 되는 저희들의 처지가 답답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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