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협상 여지 남겨뒀지만 물꼬 못 틔워

"공천 앞둔 상황에서 몸조심할 수밖에 없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정치권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초당적 협업을 끌어낼 ‘해결사’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은 12일 ‘오는 13일 예정된 본회의에서의 패스트트랙 법안 일괄 상정’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를 위해 13일 오전까지 ‘4+1 합의안’을 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나를 밟고 가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를 위한 국회 로텐더홀 농성을 이틀째 진행 중이다.

다만 양측 모두 “끝까지 협상의 문을 열고 기다리겠다(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마지막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 등의 발언을 통해 협상의 문을 열어놨다.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갖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문제는 틈새가 벌어진 협상의 문을 열어젖힐 정치력을 갖춘 ‘해결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2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번 국회가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정치력의 부재”라면서 “박근혜정부 당시 19대 국회도 여야 충돌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극적 합의를 도출했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철도노조가 22일 만에 파업을 철회한 배경에는 당시 김무성(새누리당)·박기춘(민주당) 의원의 초당적 협업이 있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강경대응 방침을 거듭 강조하는 상황에서 김 의원은 당을 대표해 직접 협상에 나섰고, 합의를 이끌어냈다.

지난 2015년 여야는 박근혜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던 공무원연금 개혁법안을 두고 격돌했다. 결국,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회기를 하루 연장시킨 뒤 다시 협상을 벌였고 결국 합의문 원안에 서명하면서 막판교섭은 마무리가 됐다.

이와 달리 현재 민주당 내에서 얼어붙은 정국을 녹일 해결사가 나오지 않는 것을 두고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완전 다르다”는 게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총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연일 검찰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실현하게 할 검찰개혁 법안의 협상을 제안하는 것은 정권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지금 공천을 앞둔 상황에서 의원들은 몸조심할 수밖에 없다”며 “협상의 물꼬를 틔워보자는 것은 정면으로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지시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소장은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최악의 국회 더 이상은 안돼요’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밖에 할 수 없고, 실질적 권한을 가진 사람은 타협할 생각이 없다”면서 “예산안 처리 이후 여론의 흐름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행동의 정당성’이 확보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