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수사했던 형사 3명, 가혹행위 일부 인정
폭행 의혹은 사망한 형사에 책임 떠넘겨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진범 논란'을 빚어온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당시 경찰 수사관들이 최근 검찰의 직접 조사 과정에서 윤모 씨로 하여금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지난달 법원에 재심을 청구한 윤 씨는 그동안 과거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자행됐다고 일관성 있게 주장해 왔다.

13일 윤 씨의 재심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다산과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전준철 수원지검 형사6부장검사는 최근 이춘재 8차 사건 당시 수사관이었던 장모 형사 등 3명을 불러다 조사했다.

윤 씨 측은 장 형사 등이 소아마비 장애인인 윤 씨를 불법적으로 체포·감금하고 구타와 가혹행위를 저질렀다며 당시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행위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장 형사 등은 검찰 조사에서 윤 씨에게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를 한 사실에 대해 일부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로부터 수사 당시 불법행위에 대해 인정하는 진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 형사 등은 앞서 경찰 수사 과정에서는 "국과수 감정 결과를 믿고 확신을 가진 상태에서 윤 씨를 불러 조사한 터라 가혹행위를 할 필요도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윤 씨를 주먹이나 발로 때리는 등 폭행하거나 쪼그려 뛰기를 시키는 등 다른 가혹행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이미 사망한 최 모 형사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숨진 최 형사는 장 형사와 함께 윤 씨에 대해 여러 불법행위를 자행한 의혹을 받는다.

다산은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당시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1989년 7월 25일 밤 불법 체포된 윤 씨는 범행을 계속 부인하다가 이튿날 새벽부터 약 1시간 동안 자백한 것으로 돼 있다"며 "조사 첫날부터 잠을 재우지 않은 사실은 수사기록과 항소심 판결문 등을 통해 입증되고 있고, 윤 씨는 일관되게 경찰들의 폭행 및 가혹행위를 주장해왔다"고 설명했다.

30년 전 부당한 경찰 수사로 인해 범인으로 몰렸다는 윤 씨의 주장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는 가운데 검찰은 장 형사 등의 진술, 과거 경찰 수사 기록, 윤 씨 측의 재심청구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진상규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이기 때문에 어떤 답변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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