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부동산 투자나 파생결합상품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 중인 국내 증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시장 안팎의 여러 위기에도 성공적인 실적을 내왔던 증권업계가 내년만큼은 힘든 한 해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권사들의 내년도 사업계획에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해외부동산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던 회사들이 있었지만, 정부가 총 26조가 넘는 증권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채무보증에 대한 한도설정 등 예상보다 강력한 규제방침을 내놓자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은행권에서 불거진 해외파생결합상품(DLF)에 대한 규제가 증권업계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증권사들이 판매하고 있는 투자 상품의 매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신규투자 축소로 인한 수수료 이익의 감소는 증권사들의 실적에도 나쁜 여파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국내에서 영업 중인 주요 4개 증권사(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한국금융지주·NH투자증권)들이 내년 1분기에 거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규모를 예상한 결과 올해 대비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내년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자료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21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2% 늘지만 순이익은 전년 대비 14.4%가 줄어든 14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증권의 경우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9.6%, -4.4%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와 있다. 

이밖에도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4.1%, -4%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영업이익이 –32.6%, 순이익도 무려 –30.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상반기 실적 추정치를 종합할 경우에도 미래에셋대우를 제외하면 주요 회사들이 모두 ‘마이너스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국내외 불확실성 증가, 주가지수 부진 등 다양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기록적인 실적을 내왔다. 그러나 다름 아닌 정부와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전에 없던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증권사들은 이미 수립된 내년도 사업계획을 불가피하게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해외부동산 규제가 대폭 강화된 만큼 시급하게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야 하지만 마땅한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 형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말에 와서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규제안이 예고도 없이 확정되면서 많은 회사들이 당황스러워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을 때까지는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매우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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