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그룹 2대 회장 올라…'기술입국' 철학 강조
주력사업 화학·전자 등 수직계열화 이끌어
LG그룹 매출 260억→30조원 성장 견인
   
▲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1999년 10월 LG화학 여수공장을 방문해 시설현황을 살피고 있다. /사진=LG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매출 260억원에 그쳤던 회사를 30조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94세로 14일 별세했다.

고 구자경 명예회장은 구인회 LG 창업주의 장남으로 1925년 경남 진주시 지수면에서 태어났다.

구 명예회장은 LG 창업 초기이던 1950년 스물 다섯의 나이에 모기업인 락희화학공업주식회사에 입사했다. 명예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은퇴할 때까지 45년간 원칙 중심의 합리적 경영으로 LG를 성장시킨 '참 경영인'으로 평가를 받는다.  

LG 창업주인 연암 구인회 회장이 1969년 12월 31일 타계하면서 구 명예회장은 LG가의 장남 승계 원칙에 따라 경영을 이어받아 1970년 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이후 그는 두 차례의 석유파동과 나라 안팎의 어려운 경영환경을 맞딱뜨렸지만 이를 극복하고 화학∙전자 산업 강국을 위한 도전과 21세기 선진 기업 경영을 위한 혁신의 시대를 펼쳤다.

구 명예회장은 ‘기술입국’의 일념으로 화학과 전자 분야의 연구개발에 열정을 쏟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70여개의 연구소를 설립했고 수많은 국내 최초 기술과 제품을 개발해 LG의 도약과 우리나라의 산업 고도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총수의 수직적인 리더십에서 벗어나 자율경영체제를 확립한 것은 물론 고객가치 경영 도입, 민간기업 최초의 기업공개, 한국기업 최초의 해외 현지공장 설립 등 기업 경영의 선진화를 이끈 점도 그의 공로다.  

   
▲ 구자경 명예회장(가운데)이 1976년 9월 한-독 경제교류에 대한 공로로 독일 정부로부터 유공대십자훈장을 받고 있다. /사진=LG 제공

구 명예회장이 25년간 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LG그룹은 매출 260억원에서 30조원대로 약 1150배 성장했다. 임직원 수도 2만명에서 10만명으로 늘었다. 

주력사업인 화학과 전자 부문은 부품소재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해 원천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를 이루며 오늘의 LG 토대를 마련했다.   

구 명예회장은 70세이던 1995년 장남인 구본무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기고 물러났다. 그는 퇴임 후에도 인재 양성을 위한 공익활동에 공을 들였다. LG연암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연암공업대학과 천안연암대학 등을 지원하고 LG복지재단을 통해 사회공헌활동을 펼쳐 재계의 귀감으로 존경을 받아 왔다.

구 명예회장은 은퇴 후 분재와 난 가꾸기, 버섯 연구 등에 전념하며 자연을 가까이하며 지냈다. 

슬하에 장남인 고 구본무 회장을 비롯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전 LG그룹 부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등 6남매를 뒀다. 부인 하정임 여사는 2008년 1월 별세했고 지난해 5월 구본무 회장을 먼저 떠나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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