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폐기 약속을 했던 동창리 시험장에서 연속적으로 시험을 재개하는 가운데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5일 오후 방한한다.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방한이라는 점에서 비건 대표가 북미관계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교가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판문점을 통해 북측과 접촉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북한이 최근 발언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군사 도발도 예고하는 시점이어서 접촉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북한은 지난 7일에 이어 엿새만인 13일 또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박정천 총참모장은 14일 밤 담화를 내고 ‘거대한 힘’을 비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미국을 향해 자신들을 자극하는 언행을 삼가야 연말을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박3일 일정의 방한 기간 동안 비건 대표가 판문점에서 자신이 카운터파트로 지목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접촉한다면 ‘최선’이겠지만 이렇게 되려면 미국측이 사전에 물밑대화에서 북한이 움직일만한 카드를 제시했어야 한다. 

가령 유엔 대북제재는 당장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므로 상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쉽게 생각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의 카드가 해당된다는 전문가들의 관측도 나와 있다. 

하지만 비건 대표가 실제 카드를 손에 쥐지 않았다면 북미 모두 최소한 내년 일년은 답보 상태를 예상하며 기싸움에 돌입한 상황에서 이번 비건 대표의 방한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최고수위의 도발을 자제시키기 위한 ‘명분 쌓기’ 용으로 볼 수 있다.

비건 대표는 북측과 회동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약식 회견형식으로 대북 메시지를 발표하며 북측을 향해 비핵화 협상 복귀를 거듭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으로 ‘북한 미사일’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소집됐고, 이에 대해 북한이 강력 반발한 바 있으므로 북한의 도발 명분을 더 이상 주지 않겠다는 포석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북한이 지난 8월에 이어 이번에도 비건 대표의 판문점 접촉 요청에 응하지 않고, 연말까지 군사 도발 위협을 지속해간다면 북한은 트럼프행정부에 협상 기대를 접었다는 의미가 된다. 

   
▲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연합뉴스

이럴 경우 북한의 실제 군사 도발은 자신들이 협상 조건으로 내세웠던 영변 핵시설과 동창리 발사장의 진가를 과시할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5일 “최근 북한은 마지막까지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가지고 나오라는 압박을 하면서도 계획된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본다”며 “무엇보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포함된 동창리와 영변 시설 폐기에 대한 미국 측의 저평가와 하노이회담 결렬이 가져온 후과를 보라는 식”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앞으로 동창리(위성발사, 엔진시험)를 통한 미사일의 질적 향상, 영변 핵시설(핵물질)을 통해 핵탄두 수량을 증가하는 핵무력의 질량적 증가를 도모해 나갈 것이라고 본다. 한마디로 핵무력의 강군화”라고 전망했다.

한편, 비건 대표는 16일 오전 11시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하고, 같은 날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한미 북핵수석대표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비건 대표는 또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을 예방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의 오찬 간담회도 예정해둔 상태이다.

이후 비건 대표는 17일 오후 일본 도쿄를 방문해 다키자키 시게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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