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벤투호가 좀처럼 골 가뭄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팽팽한 경기에서도, 강호를 만나 밀린 경기에서도, 약한 팀을 상대로 일방적인 공세를 펼친 경기에서도, 시원한 골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2019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연승을 거뒀다. 1차전에서 홍콩을 2-0, 2차전에서 중국을 1-0으로 물리쳤다. 한국은 역시 2연승을 올린 일본과 오는 18일 만나 대회 우승을 다툰다.

한국은 일본을 꺾으면 통산 5번째이자 3연속 우승을 하게 된다. 목표를 향해 큰 어려움 없이 순항 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경기를 지켜본 축구팬들의 불만이 높다. 한국대표팀이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골 결정력이 떨어져 화끈한 승리를 선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필드골이 아직 한 골도 없었다.

홍콩전에서는 황인범의 프리킥골, 나상호의 코너킥 상황 헤딩골로 득점했다. 중국전에서는 김민재가 코너킥에서 헤딩으로 득점한 것이 유일한 골이었다.

   
▲ 한국대표팀 수비구 김민재가 중국전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슛으로 골을 넣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벤투 감독 부임 후 대표팀은 '빌드업'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격 전술을 가다듬어왔다. 상당한 성과도 있었다. 최후방에서 최전방까지 차근차근 공격을 전개해나가는 과정은 점점 틀이 잡히고, 어느 팀을 만나도 크게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인다.

하지만 골 생산 능력은 뚝 떨어졌다. 지난 10월 10일 약체 스리랑카를 상대로 가진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 홈경기에서 8-0으로 골 폭죽을 터뜨린 이후 벤투호의 득점력이 뚝 떨어졌고, 필드골은 아예 실종 상태다.

북한, 레바논과 월드컵 2차예선 원정경기는 잇따라 0-0으로 비겼다. 브라질과 UAE(아랍에미리트)에서 치른 평가전에서는 0-3으로 졌다. 3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다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2경기 3골을 넣기는 했지만 모두 세트 피스에 의한 골이었다. 물론 세트 피스 골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다. 평소 훈련을 통해 갈고 닦은 기량이 세트 피스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파가 합류한 월드컵 예선이나 브라질전에서도, K리거 위주로 구성된 이번 대표팀에서도 필드골을 구경시켜주지 못한 것은 문제다.

벤투 감독의 빌드업 위주 전술은 실패작이 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확실한 해결사나 골잡이가 없는 한국축구의 고질병이 도진 것일까.

축구팬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벤투 감독이 빌드업만 중시하다 보니 영양가 없는 패스만 많아지고 골이란 결실을 맺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한편으로는 빌드업을 통해 좋은 찬스를 만드는 과정까지는 괜찮은데 슈팅력이나 결정력이 떨어져 골로 마무리를 못하는 선수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우승 결정전이 된 18일 한-일전은 일본이 유리한 조건에서 만난다. 같이 2승을 올렸지만 한국은 골득실 +3이고, 일본은 골득실이 +6이다. 일본은 중국전에서 2-1로 한국과 마찬가지로 한 골 차 승리를 거뒀지만 홍콩전에서는 5-0으로 대승했다.

한국은 일본을 이겨야 우승이고, 일본은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다.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는 골이 필요하다. 

득점력 부족과 필드골이 나오지 않는 것은 감독의 임기응변 전술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결국 선수들이 창의적인 플레이와 빠르고 정확한 슛 타이밍을 만들어내지 못한 책임도 크다. 라이벌 일본과의 경기에서만큼은 시원한 필드골도 터져나오고 꼭 승리해 안방 대회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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