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국회 봉쇄에 "국회 유린...있어서는 안 될 일"
[미디어펜=손혜정 기자]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 등 16일 오후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가 결국 불발됐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오늘 본회의가 원만히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개의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문 의장은 이날 오전 오후 두 차례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을 소집했으나 모두 무산되었다.

   
▲ 문희상 국회의장./사진=국회사무처
한 대변인이 발표한 국회의장 입장문에 따르면 문 의장은 "여야 정치권이 조속한 시일 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비롯한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합의해달라고 촉구"했으며 "제발 상식을 갖고 협상장에 나서주기를 국회의장으로서 강력히 촉구한다"며 여야를 향해 당부했다.

한 대변인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상황만 연출하고 있다. 부끄럽고 부끄럽다"며 "국회의장인 나의 책임을 통감한다. 매일 같이 모욕적이고 참담한 심정으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문 의장을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문 의장은 "한국 정치에 '데모크라시'는 온데 간데 없고 '비토크라시'만 난무하고 있다"며 "상대를 경쟁자나 라이벌이 아닌 적으로 여기는 극단의 정치만 이뤄지는 상황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개탄했다.

한 대변인은 이날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 지지자들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반대하면서 국회 진입을 시도한 것에 대해서도 문 의장이 유감을 표명했다며 입장을 대신 전했다. 문 의장은 "특정세력 지지자들이 국회를 유린하듯 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급기야 벌어진 것"이라며 "여야 정치인 모두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개탄했다.

   
▲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 지지자들 및 시민들이 패스트트랙 법안에 반대하며 16일 오전 국회에 진입을 시도 했다. 경찰과 국회 방호직원들이 이를 막고 있는 모습./사진=미디어펜
문 의장은 "모두 거리로 나와 광장에서의 대립이 일상화된다면 대의민주주의 기관인 국회는 존재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며 "정당이 국회를 버리는 건 스스로 국회의 품위와 권위를 지키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죽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의장은 지난 1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천 세습' 논란에 대해 "(아들은) 한국청년회의소 중앙회장을 맡는 등 커리어를 갖췄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본부 부위원장을 하는 등 정치 수업도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 측은 문 의장을 향해 "아들한테 '아빠 찬스'를 쓰도록 하기 위해서 헌정사에 오명이 남는 것도 개의치 않겠다고 행동한다면 역사는 사상 최악의 국회의장으로 문희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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