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개발 기간과 비용 15~20% 감소 기대
신개념 신차 개발 등 다양한 가능성 열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가 강화되면서 효율성을 중시하는 일처리 방식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의 일환으로 조직문화의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고 제품개발에 있어서도 신기술을 적용하는 등 파격적인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중 하나인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기술을 개발단계에 적용한 것이다. 

   
▲ 연구원들이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을 활용해 가상의 공간에서 설계 품질을 검증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신차개발의 비용절감과 개발기간 단축, 실험적인 차량의 개발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해 미래차 시대에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전망이다. 

1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 17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중 VR(가상현실)을 활용한 디자인 품평장과 설계 검증 시스템을 미디어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7월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본부 조직체계를 '아키텍처 기반 시스템 조직'으로 개편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버추얼차량개발실'을 신설하는 등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준비해왔다. 

버추얼 개발이란 다양한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의 자동차 모델 혹은 주행 환경 등을 구축해 실제 부품을 시험 조립해가며 자동차를 개발하는 과정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것이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원하는 대로 빠르게 디자인을 바꿔 품평까지 진행할 수도 있고 실물 시제작 자동차에서 검증하기 힘든 오류 등을 빠르게 확인하고 개선해 자동차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15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VR디자인 품평장을 완공함으로써 가상의 공간에서 디자인 품질과 감성을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냈다. 

이 시스템은 앞서 신형 쏘나타의 차량 개발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차량을 클로이모델로 제작하고 검토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을 간소화 할 수 있게 됐다. 

한자리에 모여 의사결정을 하고 이를 수차례 반복하던 비효율적인 과정 또한 간소화되며 신차개발과정의 기간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상품기획 단계에서부터 생산까지 차량 개발 전 과정에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본격 도입해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자동차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R&D혁신이 가능하게 됐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10월 점심시간을 활용해 진행한 타운홀 미팅을 마치고 임직원들과 셀카를 찍는 시간을 갖았다. /사진=현대차


이와 동시에 자동차 품질 향상은 물론 비용도 절감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우선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는 품질이 높은 자동차를 빠르고 낮은 비용으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아키텍처 기반의 연구개발 조직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신규 개발 자동차의 콘셉트를 설정하는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부문의 데이터를 통합해 가상의 차량 모델을 구성하고, 설계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를 검증해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새로운 형태의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초기 단계 가상 검증은 시행착오를 줄여 불확실성이 높아진 자동차 시장에 대한 대처 능력을 높여주게 된다.

또한 이 시스템을 통해 실물 시험차 생산 후 집중됐던 품질 검증을 선행개발 단계부터 시작해 이후 디자인과 설계 단계, 시작차 제작 단계, 제조 및 조립 단계 등 연구개발 프로세스 전 과정에 걸쳐 시행하는 것이 가능해지며 품질 검증을 최고 수준으로 높일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과거 개발비용 등의 문제로 실험적인 차량의 제작에 한계에 봉착했던 문제들이 살아지며 더욱 다양한 모습의 실험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의 차량들이 제품화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실제 차량을 제작해 품평을 통해 완성되는 완성차의 과정이 디지털화 되며 비용이 줄어 든 만큼 다채로운 시도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가 연구개발 전 과정에 완전 도입될 경우 신차개발 기간은 약 20%, 개발 비용은 연간 15%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른 그는 뒤 올해 3월 전 직원들의 복장규제를 타파했다. 정장의 압박에서부터 직원들을 해방시킨 것이다. 

이런 변화를 시작으로 틀에 갇혀있던 기업문화역시 유연하고 효율성을 강조하는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고 직급체계와 보고방식 등도 글로벌 기업들처럼 자유로운 모습을 변해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현대차그룹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업문화의 변화가 타 기업들이 이미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것들이 많고 오리혀 조금 늦은 변화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제품개발에 VR을 적용하는 등의 파격적인 모습은 글로벌 기업들보다 앞서고 있어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체재에 돌입한 이후 새로운 결과물들이 쏟아지고 있어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