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제작비 260억원의 대작 '백두산'은 손익분기점인 730만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을까. 라인업은 굵직하고 볼거리는 풍성하지만 웬걸, 늘 봐왔던 한국형 재난물에 노골적인 정치적 메시지가 더해져 거북한 파열음을 낸다.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백두산'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이해준, 김병서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병헌, 하정우, 마동석, 전혜진, 배수지가 참석했다.

'백두산'은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화산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 지난달 19일 영화 '백두산'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이병헌, 배수지, 전혜진, 하정우의 모습. /사진=더팩트


영화는 백두산 화산 폭발을 보도하는 뉴스 앵커의 목소리와 함께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서 재난을 맞이하는 인물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지진으로 건물이 붕괴되는 강남역부터 해일에 휩싸인 잠수교까지 재난 현장은 점차 아비규환이 되어간다.

이 속에서 남과 북의 운명이 걸린 작전의 책임자가 된 조인창(하정우)과 비밀 작전에 합류하게 된 리준평(이병헌), 마지막 폭발을 막기 위해 성공 확률을 높이려 애쓰는 지질학 교수 강봉래(마동석), 작전을 계획하는 전유경(전혜진), 반드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최지영(배수지)까지.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상 초유의 재난에 맞선다.

문제는 한반도의 정세를 겨냥한 메시지가 삽입되면서부터 시작된다. '백두산'은 전시작전통제권, ICBM과 같은 소재들을 통해 이념적인 부분들을 주기적으로 건드리고, 한민족의 끈끈한 우정이라는 환상을 주입하려 애쓴다. 영화가 이념에 매몰되기 시작하면 영화의 가치는 힘을 잃는다. 때문에 '백두산'이 갖는 정치적 메타포는 관객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의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해준 감독은 "그런 내용은 보는 분에 따라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되는 선택의 문제였을 수 있다. 하지만 재난을 현실감 있게 전하려고 했을 뿐 특정한 의도로 넣은 내용은 아니다"라며 "재난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전했다.

의도가 그렇든 그렇지 않든 결국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재난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해도 미합중국과 대한민국의 동맹은 굳건할 것"이라고 말하는 미군, 남북이 하나 되어 미군과 총을 겨누는 장면, 미군의 통신망을 해킹하는 민정수석, 남북에서 공동으로 출범하는 한반도 재건위까지. 한미동맹의 일그러진 초상과 마냥 아름다운 한민족의 모습이 비친다. 영화 속 수많은 장면들이 한반도의 정세를 두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백두산'은 내일(19일) 개봉한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