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규모의 경제' 효과 기대
허희영 교수 "또 다른 M&A 가능성…불가피한 시장 변화"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아시아나항공발 국내 항공산업의 재편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올해 수급불균형으로 수익성에 흠집이 난 데다 내년부터는 2개의 신생항공사가 더 들어오며 이합집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항공업계의 재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완료하면 제주항공 시장 점유율(국내선·국제선)은 약 36.3%로 1위 대한항공(62.6%)과 2위 아시아나항공(55.7%)과의 격차를 좁히게 된다.   

항공기 보유대수도 늘어난다. 제주항공(46대)과 이스타항공(23대)의 항공기 대수를 합치면 69대다. 아시아나항공 보유대수인 74대를 따라잡으며 항공업계 3위 입지를 공고히할 전망이다. 

업황 침체 속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리기 위해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추진한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 제주항공이 적자 난항 속 원가 절감과 점유율 확보 등을 위해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섰다는 평가다. /사진=제주항공 제공

올해 국내 항공사들은 일본노선의 수요위축과 수년간의 공급확대로 수급불균형이 심화되며 최악의 성적을 냈다. 제주항공을 비롯한 국내 LCC사들은 올해 3분기 모두 적자 전환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올해 상반기에 이어 적자 행보를 이어갔다. 대한항공만이 별도기준 영업이익 1179억원을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70%나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의 자본잠식 등으로 제주항공 내부에선 인수를 꺼려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며 "양사 모두 보잉 737-800 단일기재를 운용한다. 큰 자금을 들이지 않고 원가를 줄일 수 있고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으로 끌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재편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LCC업계 1위 제주항공을 중심으로 자본력이 탄탄하지 않은 항공사들의 교통정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업계 전반을 둘러싼 악재들이 장기화되면 내년 초부터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토로하는 업체들이 속출해 시장판도가 크게 요동칠 것"이라며 "항공사간 또 다른 인수합병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불가피한 시장의 변화"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될 HDC그룹은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2년 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의 나머지 지분(44.2%)을 보유하거나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할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에어부산이 매물로 나올 경우 제주항공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타항공을 품은 제주항공이 LCC업계 4위 에어부산까지 인수한다면 국내 항공업계의 지각변동은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내년 에어로케이·에어프레미아가 신규 취항을 시작하며 9개 LCC가 각축전을 벌이게 된다. 다만 항공사간 재편을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는 한계가 있는 만큼 차별화 전략과 함께 정부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허 교수는 "미국도 40여년 전 많은 항공사가 난립할 당시 파산과 부도, 인수합병 등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도 "차별화된 서비스, 노선, 가격을 통해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한편 항공기 취득세·재산세 부과, 항공기 부품 관세 부과 등 항공사들이 아우성치는 규제가 함께 완화된다면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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