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단속카메라, 대당 3000만~5000만원 선…스쿨존 관련 예산 1300억원 넘어
개정법, 사고 발생 3개월만에 '초스피드' 국회·국무회의 통과…내년 3월 전격시행
임종화 청운대 교수 "과속단속카메라 제조사-국회 교통위원들 간 정경유착 의심"
   
▲ 스쿨존에서 과속 차량 단속 중인 경찰관과 뛰어가는 아동./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일명 '민식이법'이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해 관련 기관들이 후속 조치에 나서고 있다. 이에 높은 단가를 자랑하는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로 어느 업체가 이익을 볼지, 왜 황급히 법이 개정됐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4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속칭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지난 10일 통과했다. 지난 17일엔 국무회의를 통과해 내년 3월 18일부터 전격 시행된다.

이와 관련, 교통 행정을 담당하는 경찰청 소관부처 행정안전부는 스쿨존 예산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 의하면 정부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행안부의 스쿨존 관련 시설 설치 비용은 올해 241억원이었다. 그러나 관련 법이 통과되며 내년 중 스쿨존 무인단속카메라 1500대·신호등 2200대·표지판·과속방지턱 등이 설치될 계획에 따라 1034억원이 늘어난 1275억원이 편성됐다.

아울러 일반 도로상에 설치될 무인단속장비와 신호등엔 955억원이 따로 계획돼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필요한 곳이라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설치할 방침"이라며 "3년간 진행될 사업으로, 차후 예산이 얼마나 책정될지는 협의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미디어펜 취재 결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목적으로 행안부가 각 광역지방자체단체에 별도로 교부한 예산이 따로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 안전개선과 관계자는 "얼마 전 전국 17개 시·도에 60억원을 내려보냈다"며 "구체적으론 △서울 4억원 △부산 3억2000만원 △대구 3억8000만원 △인천 2억5000만원 △광주 4억원 △대전 1억6000만원 △울산 2억7000만원 △세종 3억원 △경기도 8억5000만원 △강원 3억5000만원 △충북 3억7000만원 △충남 4억원 △전북 4억원 △전남 4억6000만원 △경북 2억원 △경남 3억9000만원 △제주 1억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서울 서대문구는 행안부에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시설물 설치사업비'를 신청해 특별교부세 10억원을 확보했고, 타 기초지자체들도 행안부로부터 같은 명목의 특교세를 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무인단속카메라는 대당 가격이 3000만~5000만원 선으로 상당히 고가의 제품이다. 제조사와 제품별 가격 차이는 있겠으나, 과속단속카메라에만 450억~75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 같은 가격 산정에 따라 스쿨존 관련 행안부와 지자체 관급 사업을 맡게 될 경우 업체들은 큰 수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법과 정책으로 수혜를 보게 될 기업은 어디일까. 국내 과속단속카메라 관련 기업은 △대보정보통신(구 LS산전 과속단속카메라 사업부) △건아정보기술 △토페스 △상지카일룸(구 르네코·포워드 컴퍼니스) △하이테콤시스템 등이 있다.

실제로 관련 업계는 민식이법이 통과되자 벌써부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토페스 관계자는 "법안 통과로 설치비 포함 대당 3000만원 가량 하는 과속단속카메라 1000여대를 수주할 것으로 보인다"며 "설치 지역은 특정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전국구"라고 답했다. 스쿨존 예산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300억원 가량이 토페스 몫인 셈이다.

한편 상기 5개 기업외 1개사 등 총 6개 회사에 대해선 2015년 3월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과속단속카메라 가격을 담합한 것이 인정돼 국가에 67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법정 공방을 벌였던 이들 업체가 민식이법과 관련해 수혜를 입을 경우 다시금 담합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온다.

'민식이법'은 사고 발생 3개월, 관련 법 개정 발의 2개월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법은 스쿨존 내에서 자동차 및 원동기장치자전거로 아동을 상해에 이르게 했을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사망 사고 발생 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때문에 법 개정에 있어 충분한 숙의 등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졸속 개정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렇다면 국회는 왜 이렇게 급히 개정안을 발의해 통과까지 시켰을까. 일각에서는 민식이법 통과에 힘쓴 국회 국토교통위원들에게 정치자금 제공이 기약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총선이 바로 코앞에 있기 때문이다.

임종화 청운대학교 교수는 "민식이법은 기소 없이 체포가 가능한 감정해소법"이라며 "이 법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천문학적인 예산은 관련 기업들의 전용 놀이터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대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과속단속카메라의 전국 스쿨존 내 설치를 골자로 하는 '민식이법'은 국회의원들과 정치권에 로비활동을 벌인 제조사들 간 정치적 야합의 산물일 것"이라며 "제조사들이 담합으로 처벌된 전력에 비춰보면 정경유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