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경고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국, 일본에 이어 중국을 전격 방문 중으로 북측과 접촉 여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유력하다던 전망도 점차 길게 보면 내년 초까지 ‘현상유지’ 쪽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비건 대표의 중국 방문에서 보듯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러시아의 대북제재 일부 해제 결의안 제출이 일정 정도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일 베이징에서 비건 대표를 만난 뤄자오후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 “북미 간 조속한 대화와 접촉 재개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비건 대표가 베이징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1부상과 접촉할 가능성이 제기됐고, 비건 대표의 방북 가능성 얘기도 나왔다.

20일까지 베이징에 머무를 예정인 비건 대표가 지금 이 시각까지 북측 인사를 만나지 못했지만 마지막 북미 접촉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말 시한을 앞두고 대미 악박 수위를 최고조까지 끌어올리던 북한이 신년사 등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 북미협상을 매듭짓더라도 내년 초까지 물밑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19일 tbs라디오 방송에서 “북미협상의 고비는 이달과 내년 1월보다 내년 2, 3월일 것”이라며 “북한이 이달 말 전원회의와 내년 신년사에서 방향을 발표한 뒤 2~3월까지 시간을 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새로운 길’을 천명한 바 있다. 이제 북미가 충돌 위기를 벗어나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때에는 협상 틀도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VTV

특히 북핵 문제 대두 이후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북한 핵포기 의사 진의 확인에 힘빼지 말고 핵군축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럴 경우 남한이 배제되지 않으려면 전술핵 배치를 포함해 자체 핵역량 구축이 선결되어야 할지도 새로운 논란이 될 전망이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으로 보낸 ‘친서’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고 적은 것을 지적하며 “김정은의 친서는 3대 세습정권이 결코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진솔한 고백”이라며 “이제 ‘북한 비핵화 외교’ 시대의 종언을 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해 자체 핵역량을 구축하고 북한과 ‘핵 대 핵’의 균형을 맞춰 힘에 입각한 평화를 유지한 뒤 ‘남북미 3자 핵군축 협상’을 제의하고 한반도 핵군축 시대를 주도적으로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18일 ‘2020년 정세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 북미협상이 재개된다면 북한이 핵군축을 언급하며 협상 프레임을 바꾸려 할 것”이라며 “지금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안전보장’은 북한체제를 위협하는 모든 적대행위를 제거하는 것인데 결국 핵군축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북한은 미국도 단계적, 등가적으로 핵군축을 해야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지난 비핵화 협상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그동안 핵을 가지려고 하는 국가들을 못 갖게 하기 위해 비확산 차원에서 국제사회가 공유해온 수많은 ‘비확산 레짐’이 있다”며 “(그런데 북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핵능력을 제재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런 방식으로는 정말 핵을 가지려고 했던 나라를 막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이어 “핵을 가지려는 동기에 대해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그 동기가 강력할 때 막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해서도 핵을 가진 동기를 없앨 수 있겠냐 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6자회담의 부활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의 한반도 문제 개입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장 “북미협상은 실무선에서 논의하는 이른바 ‘보텀업’ 방식으로 가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가운데 한국과 중국의 중재 역할이 살아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국도 미국과 무역협상을 벌이면서 한반도 문제에 기여해 리더십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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