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노조가 회사 측과의 임금협상 마찰로 시작된 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막대한 매출 손실과 더불어 관련 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된 가운데 그 손실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2년을 시작으로 3년 연속 파업으로 발생한 피해금액이 3조원을 넘기게 됐다. 또 현대차는 이번주 파업 계획 외 구체적인 노사교섭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어 이 피해가 산업 전반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 뉴시스

현대차는 이번 노조의 부분파업과 지난달 2차례 부분파업으로 약 3만4500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7500여억원의 매출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고, 기아차도 같은 기간 생산차질 차량 2만2600대, 피해금액 3790억원을 기록해 두 회사 피해금액을 합하면 무려 1조2190원에 이른다.

여기에 추가로 진행 되는 부분파업과 잔업과 특근 거부로 인한 생산차질 까지 포함하면 이달 중 피해손실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는 예고한 대로 울산공장 1조 근무자 1만3000여명은 23일 오후 1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부분 파업을 벌였고, 이날 오후 3시 30분 출근하는 2조 근무자 1만여명도 오후 10시 10분부터 2시간 부분파업을 이어갔다.

또 24일과 25일에는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했고, 26일에는 각각6시간씩 파업할 예정이다. 전주와 아산공장, 판매, 정비분야, 남양연구소도 부분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 연쇄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차 노조는 29일 협상을 재개하자는 사측의 공문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 노조 회의와 자체 쟁의대책위원회를 통해 또다시 파업일정을 잡을 예정이어서 앞으로의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차 노사는 통상임금 확대 적용 시기를 두고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파업과 노사협상이 장기화하면서 노조 내부에서는 통상임금 확대를 관철해야 한다는 강경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협상을 재개하기 전에 파업 일정을 잡을 계획"이라며 "사측이 통상임금 확대에 대해 구체적이고 전향적인 안을 내놓지 않으면 파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러한 현대차 노조의 입장을 곱게만 보지 않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자동차가 전후방 효과가 큰 산업인 만큼 이번 장기파업으로 현대차그룹사 이외에도 하청업체와 기타 부품업체들 까지 피해가 상당할 것이다”고 경고 했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도 “현대차의 생산량이 10% 이상 감소하면 부품업체의 직원 당 월급을 수십만 원까지 줄어들 정도로 여파가 크다”며 “현대차의 경우 파업 기간 동안 쌓아둔 재고를 소진할 수 있지만 부품업체들은 현대차가 주문한 물량만 생산하기 때문에 파업으로 영업활동은 사실상 올 스톱된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관련업계에선 이례적으로 장기화되고 있는 현대차의 파업이 노노(勞勞)갈등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 지도부를 담당하는 이경훈 노조위원장과 강경 노조세력 간의 갈들이 사측과의 조속한 협상타결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2일 20차 현대차 노사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조 지도부와 강경 노조원이 충돌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강경파 200여 명은 잠정합의안이 나올 수도 있다는 소식에 협상장에서 통상임금 확대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인 바 있다. 이에 현대차 노조는 이날 밤 늦게 교섭 중단을 선언했고, 지난 22일 22차 협상을 마지막으로 협상이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다.

이러한 파업의 장기화가 이제는 내부에서도 회의 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26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동호회 단체인 연합동호회가 대자보를 통해 입장을 드러냈다. 대자보의 내용을 보면 “파업 장기화는 공멸을 초래할 뿐”이라며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임금교섭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연합동호회는 취미·봉사·종교활동 등을 하는 울산공장 67개 동호회 회장단으로 구성된 조직이며, 현재 1만50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입찰 참여는 기업의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노동조합이 파업 이유로 삼아서는 안된다”며 “파업의 장기화로 손실규모를 늘리기보다 냉철한 상황인식과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