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총량‧건전성 규제 도입…대형사들 타격 불가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정부가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규제 방안을 발표한 이후 업계에 여파가 번지고 있다. 단기 급증한 PF에 대한 관리 차원의 규제 취지는 인정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실효성은 물론 명분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5일 국내에서 영업 중인 증권사들이 자기자본만큼만 PF 대출(채무보증)을 하라는 총량 규제안을 발표했다. 아울러 순자본비율(NCR)을 계산할 때 PF의 위험도를 지금보다 더 많이 반영하라는 건전성 규제안도 함께 내놨다. 증권사들이 행하고 있는 부동산 금융을 이른바 ‘그림자 금융’으로 규정하고 규제에 나선 것이다.

   
▲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개발 시행사는 부동산 PF 대출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증권사들은 대출채권을 유동화해 채무보증을 서고, 개발이 완료된 뒤 들어오는 분양대금 등으로 수수료 수익을 얻는 구조다. 이를 통해 국내 증권사들은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다.

이번 규제는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채무보증 한도를 100%로 제한하는 ‘총량규제’안을 도입했다. 증권사의 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을 계산할 때에는 부동산 PF 사업 위험도를 더 반영하도록 했다. 

문제는 정부가 언급한 ‘채무보증’이라는 개념이 법적으로 명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채무보증은 외부기관의 신용보강 유무를 기준으로 매입확약/매입보장 등으로 분류된다. 또 PF 대출의 경우 선순위/후순위에 따라 위험도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규제안의 기준이 되어야 할 채무보증의 개념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자 내년 사업계획을 짜둔 증권사들은 혼란에 빠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총량규제라는 강수를 두면서도 구체적인 상황설명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하면서 “증권사들더러 부동산 관련 사업을 아예 하지 말라는 뉘앙스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부터 추진되고 있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방안과 이번 조치가 상충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규제안은 자기자본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투자 여력을 늘리고 다양한 분야에 창의적으로 투자하는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청사진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증권사 34개 회사의 자기자본은 2015년 말 37조원에서 지난 6월말 55조원으로 약 48% 증가한 상태다. 이는 지난 2016년 초대형IB 육성 방안이 발표된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같은 기간 부동산 PF 채무보증 증가율 역시 약 60%를 기록해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쉽게 말해 최근 부동산 PF 채무보증의 확대는 증권사들의 투자여력이 확보됨에 따라 나온 것이지 결코 과도한 수준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번 규제로 인해 메리츠종금증권 등 규모가 큰 증권사들은 사업계획 수정 등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면서 “전문성이 결여된 징벌적 규제가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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