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26개월 지나 고소장 제출…고소 시점·경위 등 원고 진술 석연찮아"
   
▲ 광주고등법원./사진=구글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술에 취해 잠든 직장 후배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40대 남성에게 항소심이 무죄를 선고했다.

광주고등법원 제1형사부는 준강간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년 6월과 함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3년간 취업제한을 선고받은 46세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을 뒤엎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12월 31일 광주 시내 한 모텔에서 술에 취해 잠든 24살 B씨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직장 선후배 사이인 A씨와 B씨는 같은 날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A씨가 술에 취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던 B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가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술에 취해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거나 A씨가 이 같은 사정을 이용해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B 씨를 간음하려다 미수에 그쳤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당시 A씨와 B씨는 걸어서 모텔로 간 것으로 판단되는데, A씨로서는 B씨가 술에 취했으나 인사불성 상태가 아니고 몸을 가눌 수 있을 정도여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정도의 의식이 있었다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당시 모텔에서 야근을 하던 프론트 직원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사실확인서에 따르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수준의 여자를 데리고 오는 남자 등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있는 손님을 받지 않았다. 그 날이 2015년 마지막 날이기에 특이한 손님이 없었다고 확실히 기억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모텔 내 상황에 대한 B 씨의 일부 진술에 대해서도 신빙성을 의구심을 드러냈다.

재판부는 "B씨가 무려 26개월이 지나서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한 점, 뒤늦게 고소를 결심하게 된 동기에 대해 A씨의 무책임한 언행과 태도 등을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소장을 제출하기 약 8개월 전에 B씨는 A씨와 그날의 사건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며 사과를 요구해 A씨에게 받아냈다"며 "무책임한 언행과 태도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점 등에 비춰 고소 시점과 경위 등에 관한 B씨의 진술이 석연치 않다"고 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판결 취지를 밝혔다.

앞서 광주지방법원은 "B씨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모텔에 가게 된 경위·과정·모텔 안에서 이뤄진 A씨의 범행 내용 등에 관해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고소 이전인 2017년 4월 A씨와 커피숍에서 만난 자리에서도 같은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B씨는 이 사건을 잊고 살고자 했고, 성폭행 피해자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관점에서 상당한 시일이 흘렀기 때문에 B씨가 고소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 범행 이전에 A씨와 B씨가 직장 선후배 이상의 관계였다고 볼만한 아무런 사정이 없다"며 "B씨가 A씨를 무고할 사정은 확인할 수 없어 B씨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사정 또한 없어 보인다"며 A씨에게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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