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로 한중 간, 한일 간 갈등 관계를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중 간에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와 관련한 갈등을 봉합하는 과제가 있으며, 한일 간에는 수출규제와 강제징용 배상판결 해결 문제가 남아 있다.

문 대통령은 23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개최되는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해 먼저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청두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각각 양자회담을 개최한다.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4일 청두에서 만나 15개월만에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 왼쪽부터 문재인 대툥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연합뉴스

◇15개월만의 한일정상회담…지소미아 연장‧화이트리스트 복원 담판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경제산업성은 20일 3가지 수출규제 품목 중 하나인 감광제(포토레지스트)를 ‘특정포괄허가’ 품목으로 지정하면서 제재를 완화했다. 일본의 경제보복 6개월만에 처음으로 취한 가시적인 조치이다. 

하지만 정부는 “일부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직 미흡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0일 “이번 조치는 일본정부가 자발적으로 취한 것으로서, 일부 진전으로 볼 수 있으나 수출규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는 미흡하다는 것이 우리의 평가”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24일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완전한 철회와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연장 등 한일관계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정부는 일방적인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완전히 철회하고 화이트리스트를 원상 회복해야 지소미아 연장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앞서 브리핑을 통해 “정상끼리 만나면 항상 진전이 있기 마련”이라고 말해 긍정적 신호를 나타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한일 간에는 징용배상 문제가 남아 있어 이번 정상간 만남을 통해 단숨에 화이트리스트 복원까지 이루는 한일관계의 전면 정상화를 기대하긴 이르다는 예상도 나온다. 

일본은 한국에 지소미아 유효기간을 늘리고 협정 종료 방식을 개정하자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소미아는 1년 단위로 갱신되고, 종료를 원하는 국가가 만료 90일 전 상대국에 통보하면 종료된다.

또 일본정부가 긍정적으로 보고있는 일명 ‘문희상 안’인 ‘1+1+α(알파)’ 법안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피해자 의견이 중요하다”며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가운데 일본도 일부 핵심 조항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메시지 주목…한한령 해제‧시진핑 주석 방한 논의 주목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의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한중 간 사드 갈등을 완전히 봉합해 중국의 보복 조치인 ‘한한령’을 완전히 풀 수 있을지 여부와 또, 최근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이 드러나면서 북핵 문제를 논의할 기회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만나 최근 한반도 정세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양국간 소통과 협력을 증진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한중 간에는 내년 시진핑 주석 국빈방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미협상에 진전이 없고, 북한은 연말 시한을 설정해 미국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언급한 상황에서 이번 베이징에서 한중 정상이 내놓는 메시지가 북한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대북 대응과 무역 문제 등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도 시진핑 주석을 만나 협상에 나서지 않는 북한의 의도에 대해 공유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구축에 대해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의 일부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해 그간의 중국 입장을 구체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즉 중국이 대북제제 완화에 시동을 건 상황에서 북핵 문제가 미중 대립구도에 연동되는 상황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반대로 대북제재 완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에 무상원조와 관광 확대로 지원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대북제재 결의안 안보리 제출은 이달 22일로 예정된 북한 해외 노동자 송환 시한을 앞두고 북한의 반발을 달래는 차원도 있어보인다.     

최근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국을 방문해 “단계적이며 유연한 협상”을 언급하고, 중국에서 뤄자오후이 외교부 부부장과 만나 ‘단계적‧동시 행동’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하지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시기가 문제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이럴 경우 미국은 안보리를 통해 대북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문 대통령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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