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터로 불 지른뒤 먼저 대피…'신변비관' 추정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광주 모텔 방화사건의 용의자가 자신이 불을 지른 것이 ‘맞다’고 진술했다.

22일 경찰은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 방화 용의자인 39세 김모 씨가 “제가 불을 지른 것이 맞다”고 실토했다고 밝혔다.

   
▲ 22일 오전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에서 불이 나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화재 진화 후 인명을 수색하는 119 구조대원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0시경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로 들어가 혼자서 3층 모텔방을 잡아 투숙했다. 경찰이 확보한 CCTV 화면 등에 따르면 그는 가방 등 짐을 양손에 들고 있었다.

투숙 후 약 6시간 후인 오전 5시 45분경 그가 묵은 모텔방에서는 연기와 함께 화염이 치솟아 올랐다. 불을 지른 김씨는 처음에는 라이터로 베개에 불을 붙인 후 불을 확산시키기 위해 화장지를 둘둘 풀어 올려놓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불길이 거세게 일자 그는 이불을 덮고 객실을 벗어났지만 짐을 놓고 온 것을 알고 다시 모텔방에 들어갔다. 짐을 챙겨 나오는 과정에서 연기를 마시고 화염으로 등에 화상을 입은 김씨는 모텔에서 가장 먼저 대피해 결국 구조됐다.

소방당국은 김씨가 불을 낸 객실 방문을 열면서 산소가 공급돼 불길이 더욱 거세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 역시 “방문을 열자 불길이 거세게 번졌다”고 경찰 측에 진술했다.

한편 불길은 그가 머문 모텔방 내부를 모두 태우고 복도 건넛방까지 번졌다. 이후 긴급 출동한 119 소방대가 불을 초기에 진화했지만, 화재로 인한 연기가 결국 인명피해를 냈다. 

당시 모텔에는 50여명의 투숙객이 머물고 있었는데, 20여명은 자력으로 대피했지만 30여명은 4~5층에 갇혀 있다가 소방구조대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1명은 연기흡입으로 숨졌고, 32명은 중경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경찰은 병원에서 치료 중인 김씨가 비교적 초기에 대피해 그을음 흔적이 적은 점 등을 토대로 그에게 접근해 "불을 질렀냐"고 추궁했고, 결국 김씨는 "제가 불을 지른 것 맞다"고 실토했다.

일용직 노동일을 하는 김씨는 오피스텔에 거주하나 이날 주거지로 귀가하지 않고 모텔에 투숙했다. 술을 마신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횡설수설하는 과정에서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을 진술했다고 경찰 측은 발표했다.

이에 경찰은 김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불을 지르고, 막상 불이 크게 번지자 놀라 도망친 것으로 추정 중이다. 불이 시차적으로 확산하도록 베개, 화장지, 이불 등을 차례로 덮은 것에 주목해 이른바 ‘묻지 마 방화’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병원 치료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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